일주문~자재암~하백운대~의상대~공주봉~일주문 원점회귀 약 8.1㎞
폭포, 천년고찰, 바위능선 등 다양한 볼거리…가을엔 단풍 산행지로 최고 인기

“초보가 산에 갈 때 가장 부담스러운 게 뭘까?”


	[등산 초보 기자의 좌충우돌 산행기 | 경기 동두천 소요산]
▲ 1 공주봉에 서면 저 멀리 ‘불수도북’의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들어온다.
“아무래도 교통편이 아닐까? 자가용을 타고 나서기엔 좀 부담스러워. 어디서부터 올라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지하철에서 내려서 바로 산에 오르고 출발한 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그런 산은 없을까? 관악산 같은 곳 말이야.”

주변의 등산초보 친구들에게 “어느 산에 가고 싶냐?”고 물어보니 대부분은 ‘부담 없이 나서서 헤매지 않고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올 수 있는 산’을 원했다. 선배들에게 도움을 청하니 동두천의 소요산(逍遙山·587m)이 적당할 거란다. 7년 동안 ‘1호선 라인’을 이용한 사람으로서 소요산은 참으로 친근한 이름이었다.


	[등산 초보 기자의 좌충우돌 산행기 | 경기 동두천 소요산]
산의 개념도를 살펴보니 매표소로 들어가 능선을 따라 한 바퀴 돌고 다시 매표소로 돌아오는, 마치 단풍잎처럼 생긴 동선이다. 어떤 이는 하트 모양이라 해서 연인끼리 찾는다고도 하는데, 어찌되었건 원점회귀할 수 있다는 점은 초보에게는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경기 소금강’이라고 불릴 정도로 풍광도 좋다니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두 번째 초보산행은 소요산으로 낙점했다.

산행을 함께하는 이들은 아띠어린이산악회(cafe.daum.net/kidtrekking)의 김종오(53) 대장과 김원숙(53), 김영자(50), 서승희(44)씨다. 지난달 가평·포천 운악산 산행을 함께했던 인연으로 김종오 대장이 동료들을 이끌고 시간을 내주었다.

전철로 갈 수 있는 근교 산
주차장에서 인사를 나눈 뒤 오늘 올라야 할 소요산의 산세를 바라보았다. 높이는 587m로 그리 위압적이지 않지만 왼쪽의 하백운대부터 중백운대, 상백운대를 지나 정상인 의상대까지, 마치 초록색 병풍을 두른 듯 산세가 위풍당당하다.


	[등산 초보 기자의 좌충우돌 산행기 | 경기 동두천 소요산]
▲ 2 소요산은 수도권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풍산행지로 명성이 자자하다. 10월 중순이 절정이다.
“매월당 김시습을 비롯해 율곡 이이, 봉래 양사언 같은 선비들이 소요산에서 자주 산책을 즐겼다고 해요. 산책한다는 말이 ‘소요(逍遙)’거든요. 그래서 소요산이 된 거랍니다. 보기엔 산책이나 하다가 내려올 것 같지만 막상 가보면 만만치 않을 테니 각오 단단히 해야 할 걸요.”

김종오 대장이 소요산의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과거의 대문인들은 이 산을 거닐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바위 하나에 상념을 하나씩 새기고, 나뭇잎 하나에 시상을 하나씩 적어 날려 보냈으리라.


	[등산 초보 기자의 좌충우돌 산행기 | 경기 동두천 소요산]
▲ 1 자재암에서 하백운대로 산행 방향을 잡으면 초반에 수많은 계단을 오르게 돼 있어 초보자들에겐 조금 부담이 된다. 2 자재암의 굴법당인 나한전과 옥류폭포. 작은 금강이 꼭꼭 숨겨둔 비경이다.
일주문을 지나 얼마를 걸으니 왼쪽으로 원효폭포가 일행을 맞았다. 최근 비가 오지 않아 대지로 내리꽂히는 물줄기의 장쾌함은 덜했지만 바닥이 훤히 보이게 맑은 물은 과연 선비들이 노닐던 곳의 입구라는 걸 가늠케 해주었다.

“근데 손 기자, 스틱 길이가 왜 그렇게 길어요? 이제부터 계속 오르막을 갈 거니까 좀 짧게 잡아야지. 이리 줘 봐요.”

김 대장이 기자의 껑충 긴 등산스틱을 보더니 코스에 맞게 길이 조절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3 칼처럼 삐죽 솟은 칼바위 능선을 걷는 것은 
소요산 산행의 색다른 재미다.
▲ 3 칼처럼 삐죽 솟은 칼바위 능선을 걷는 것은 소요산 산행의 색다른 재미다.
“스틱을 뺄 때는 가장 약한 아래쪽부터 뽑아야 하고…, 어라? 여길 젤 길게 빼놨네? 이러면 나중에 내려올 때 힘을 많이 받으면 부러질 수 있다고. 약한 부분을 젤 짧게, 강한 부분을 길게 해서 힘을 골고루 받게 해야 되요. 역시 초짜는 초짜네. 하하”

이제까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등산스틱에도 고수의 내공이 필요한 것이었다니, 아직도 갈 길이 먼가보다. 108계단을 올라 아치형의 ‘해탈문’과 만난다.

“땡~!”

앞 서 가던 한 등산객이 시원하게 종을 치고 갔다. 그 소리가 얼마나 장쾌한지 온 신경이 그 종소리에 집중되었다.

“시원하게 종 한 번 쳐봐요. 누가 아나? 진짜로 해탈하게 될지.”

줄을 잡고 힘껏 종을 쳤으나 아까의 청명한 소리가 나지 않고 그저 “댕데데데데레엥~” 하고 뭔가 부족한 소리가 났다. 종 하나를 치더라도 열과 성을 다해야 한다. 마음이 딴 데 가 있으니 해탈의 종이 울릴 턱이 있을까.

해탈문을 지나자 원효대가 나오고 바로 앞에는 관음대가 보였다.

“아까 지나온 폭포이름이 뭐였죠? 원효폭포죠? 원효굴도 봤고요. 소요산은 원효대사와 관련이 깊어요. 저 원효대도 마찬가지죠. 원효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러 올랐던 곳이라는데, 뛰어내리려는 순간 득도를 했대요. 원효대사의 부인인 요석공주의 흔적도 있어요. 요석공원이 그렇고, 우리가 마지막으로 오를 공주봉도 있고요.”

“공주가 여기 둘이나 있는데 왜 공주봉을 올라요? 우리 그냥 의상대까지만 올라가요. 호호호”

옆에서 듣고 있던 원숙씨와 영자씨가 “공주들하고 같이 가니 공주봉까지는 갈 필요 없다”고 농담을 던지자 김 대장이 “아무리 찾아봐도 공주가 안 보이니 더더욱 공주봉까지 가야겠다”고 받아쳤다. 원숙씨가 한술 더 떠 “여기 왕자도 없으니까 왕자봉도 가야겠네”라고 하자 일동 웃음보가 터졌다. <월간산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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