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지방에 따라 소고기의 선호 부위가 다르다. 영남지방에서는 갈비를 선호하고 서울과 수도권에선 등심이 잘 팔린다. 갈비가 됐든 등심이 됐든 고기를 좀 더 맛있게 먹고자 하는 사람의 욕망은 다양한 구이 법을 고안해냈다. 크게 양분하자면 열원의 불길이 직접 고기에 닿는 직화구이와 가열한 불판에 고기를 얹어 익히는 방법이 있다. 인천 연수구의 <우판등심>은 엄선한 등심을 두꺼운 무쇠 판에 구워먹는 한우 등심 전문점이다.

태백에서 화순까지 양질 등심 찾아 삼만리

맛있는 고기는 좋은 고기를 구하는 일에서 비롯한다. <우판등심>은 임원급 전문 인력이 양질의 등심 수급을 전담한다. 강원도 태백에서 전남 화순까지 전국의 한우 사육 현황을 손금 들여다보듯 파악해두고 있다. 지역별 한우의 분포와 특성을 실시간 분석하고 ‘누가 먹어봐도 맛있는 등심’을 골라낸다. 담당자의 경험에 따르면 대체로 고지대에서 사육한 한우가 육질이 좋다고 한다.


	한우 생고기와 굽는 모습

선정 기준은 한우 거세우 1~1++등급으로 마블링 상태가 좋은 등심이다. 등심 가운데서도 등심 주변부의 다른 부위를 일체 배제한다. 그야말로 온전히 등심만 쓰려고 이른바 ‘작두질’을 엄격히 요구한다. 들쭉날쭉 인접 부위를 들이지 않고 아프리카의 국경선처럼 직선으로 오직 등심만 칼 같이 자른다. 소고기 유통업자 입장에서는 이런 거래처가 제일 골치 아프다. 기름은 물론, 목심이나 채끝이 한 치도 들어가지 않은 순수 등심. 차 떼고 포 떼면 진짜 등심의 양은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는다.

이 집은 좀 비싼 가격에 구매하더라도 ‘비등심=비양심’이란 원칙을 내부적으로 철저히 지킨다. 이게 무너지면 ‘등심 전문점’의 입지가 흔들리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고깃집은 등심의 질이 낮더라도 갈비나 특수부위에서 부족한 평판을 만회할 수 있다. 그러나 오직 등심만 취급하는 이 집은 다른 고깃집과 처지가 다르다. 특히 최근 새로 경영을 맡아 원칙을 강조하는 젊은 창업 2세 점주의 청신한 성향도 한몫 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양질의 등심을 먹을 수 있어 고마운 일이다.

가려 뽑은 등심을 그냥 굽지 않고 숙성시켜 쓰는 것도 이 집만의 등심 맛 비결이다. 젊은 주인장이 육질 향상을 위해 숙성에 공을 들였다. 권위 있는 소고기 숙성 관련 홈페이지와 책자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의미 있는 데이터를 뽑았다. 참고 자료들을 적용해 최적의 온도, 기간, 공조 환경을 찾아냈다. 이 집은 대략 500시간 숙성고에서 이 과정을 거친 숙성 등심만 손님상에 올린다.

드므 닮은 우판은 등심 굽는 불판, 입맛은 살판

아무리 고기가 좋아도 잘 구워야 제 맛이 난다. 잘 구우려면 좋은 구이용 불판이 필요하다. <우판등심>의 구이 용기는 드므를 닮았다. 궁궐 내 전각 주변에는 방화수(防火水)를 담아놓은 커다란 쇠 항아리가 있는데 바로 드므다. 화재 방지용 기물이었지만 주술적인 의미도 있다. 깊은 밤에 화마(火魔)가 왔다가 드므에 비친 험상궂은 제 얼굴을 보고 놀라 도망을 간다는 것이다. 드므는 불기운과 사악한 기운의 근접을 모두 막는 도구였던 것이다.


	한우고기와 샐러드

두껍고 무거운 철 재질의 구이용 불판은 무쇠솥과 철판을 합쳐놓은 모양이다. 이 집에선 한우를 굽는 철판이라고 해, ‘우판’이라고도 부른다. 우판은 등심이 맛있는 온도 270℃를 든든하게 지켜준다. 또한 드므처럼 삿된 기운을 물리치고 최고의 등심을 구워내는 불판이자 밥과 죽을 조리하는 솥이다. 행운과 맛의 원천이다. 둘러앉아 등심을 나눠먹는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과 우애가 이 우판에서 비롯된다. 주철 판이 워낙 두툼해 웬만한 액은 다 막아줄 것 같다.

이 집 옥호도 이 우판에서 따왔다. 오래 사용한 지금의 우판은 곧 바꿀 예정이다. 현재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45호 주물장에게 의뢰해 새 우판을 제작 중이다. 재생 고철이 섞이지 않은 철광석을 제련해서 바로 빼낸 선철로 만든다. 좀 더 등심을 맛나게 구워줄 무쇠 우판인데 생김새도 더욱 드므에 가까운 형태가 될 듯하다.

등심 본래의 향과 맛 일깨우는 한우 생등심, 다양한 후식도

이 집의 메뉴는 오로지 국내산 한우 생등심(150g 2만7500원) 한 가지다. 여기에 고기를 먹고 나서 먹는 후식 메뉴가 세 가지 있다. 우판볶음밥(3500원), 한우된장죽(3500원), 열무국수(3500원)다.

우판에 등심을 구울 때 마늘과 양파를 충분히 넣어 함께 굽는다. 무쇠 철판 위에서 잘 익은 등심을 파절이에 싸서 먹으면 제 맛을 즐길 수 있다. 가끔씩 익힌 마늘과 양파나 깍두기로 느끼한 입을 헹궈낸다. 우판에 익힌 등심의 장점은 고소한 소고기 지방과 등심 특유의 맛과 육향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전달해준다는 것이다. 숯향의 간섭이나 다른 양념 또는 첨가제의 맛과 향으로부터 자유롭다. 직화구이의 불맛을 싫어하는 사람이나 건강상 이유로 직화구이를 꺼리는 사람에겐 우판구이가 좋은 대안이다. 똑같은 메뉴지만 1인분 등심 무게를 150g에서 120g으로 줄이고 가격을 낮춘 점심특선(1만7500원)도 있다. 점심특선은 평일 11시부터 오후 3시가지만 가능하다.

	한우된장죽과 우판볶음밥
한우된장죽과 우판볶음밥

우판 등심을 찍어먹는 소금은 전남 신안의 신의도산 천일염이다. 3~4년 간수를 빼서 쓰고 있다. 한우된장죽에 들어가는 된장은 전남 순창의 ‘문옥례 된장’이다. 제일 잘 어울리는 풍미의 된장을 구하다 찾아낸 된장이라고 한다. 등심을 굽고 난 우판에 된장 소스와 죽 전용 밥을 넣고 끓여내 한우의 풍미와 된장의 구수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부드러운 한우된장죽이 어르신들의 후식이라면 우판볶음밥은 청년층이 선호한다. 아예 비빔밥용으로 따로 푹 숙성시킨 깍두기 국물과 잘게 썬 깍두기를 밥과 함께 넣고 볶았다. 살짝 누른 우판볶음밥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입 안에서 부서지는 바삭함과 고소함을 안다. 고깃자리를 개운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면 열무국수가 더 낫다. 열무김치 국물에 국수를 말아 입에 후루룩 넣으면 시원하고 깔끔하게 입맛을 정리해준다.

부지 1,653㎡(500평)에 430석의 여유 있는 좌석이 입식, 좌식, 다다미식으로 골고루 구비되어 있다. 100% 주차 가능하고 웬만한 모임이나 120석 규모의 연회까지도 가능하다. 특히 천장 개폐식 옥외 연회장도 있어서 각종 파티나 직장인 모임 장소로 제격이다. 인천시립박물관과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이 가깝고 송도골프장과 연말 개장 예정인 송도 테마파크가 멀지 않다. 등심을 먹으며 내다 뵈는 송도 신도시 조망이 시원하다. 뒷산인 청량산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도 제법 이름값을 한다.
<우판등심> 인천시 연수구 청량로 61 032-816-7788

기고= 글 이정훈, 사진 변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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