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뚱어다리
이번 주말(7일)이면 본격 더위가 시작된다는 '소서'다. 때를 맞춰 휴가 시즌도 활짝 열렸다. 이젠 여름도 일찍 찾아 들어 6월부터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려댄다. 초록의 그늘 속에 홀가분한 여유를 즐길만한 여행지가 그립다. 하얀 포말 부서지는 바닷가는 또 어떠한가. 상상만으로도 시원 상쾌하다.

도심 속 무더위를 피해 일상탈출을 꿈꾸지만 유명 휴가지는 늘 '인산인해', 이름값을 톡톡히 치러야 한다. 올여름 유유자적, 복잡한 머릿속을 개운하게 비워 줄 명소가 있다. 바로 '섬'이다. 섬은 일반 해수욕장과는 느낌부터가 다르다. 뭍에서 한 발짝 더 떨어져 호젓한 분위기를 담아내기 때문이다. 모처럼의 여름휴가, 느림의 미학 속에 젖어 들 만한 섬 여행지를 소개한다.

완도 구계등
◆사도(전남 여수시)

여수엑스포가 열리고 있는 전남 여수는 올여름 인기 휴가지로 꼽힌다. 엑스포 구경에 다도해 섬여행까지 즐길 수 있으니 일석 2조 여정을 꾸리기에 적당하다. 여수의 300여 곳 섬들 중 중 호젓함을 맛볼 수 있기로는 현경면 낭도리 '사도(沙島)'가 으뜸이다. 사도는 연간 5~6차례 바닷길이 열리는 곳으로 여유롭고 평온한 느낌을 풍기는 섬이다.

완행버스와도 같은 작은 배에 몸을 싣고 1시간 20여 분 남짓, 장도~둔병도~상화도-하화도~낭도 등 이 섬 저 섬을 거쳐 도착하는 사도는 삶의 그리움과 낭만이 짙게 배어나는 공간이다. 손바닥만 한 작은 섬 곳곳에 자리한 천혜의 비경과 순박한 섬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마음속에 여유를 찾게 해준다.

비양도 순환길
사도는 '바다 한 가운데 모래로 쌓은 섬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본섬을 중심으로 추도, 중도(간도), 증도(시루섬), 장사도, 나끝, 연목 등 7개의 섬을 아우르는 작지만 큰 섬이다. 이들 7개의 섬 중 사람이 살고 있는 유인도는 사도와 추도뿐이다. 사도는 산책하듯 걸어도 두어 시간 남짓이면 돌아볼 수 있는 작은 섬이지만, 구석구석 빼어난 휴식처와 볼거리가 가득하다. 20여 가구가 모여 사는 마을은 돌담이 정감 있다.

사도의 대표 볼거리는 공룡화석지다. 간도로 가는 다리 아래 공룡화석지가 있다. 공룡들의 발자국이 퇴적층 위에 선명하다. 공룡화석지는 사도 외에 낭도와 추도에서도 볼 수 있다. 약 8000만~90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시대의 퇴적층 위에 남긴 흔적이 4000여점에 달한다.

사도 공룡 발자국 화석
간도와 시루섬 사이에는 양면해수욕장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밀물 때는 잠기고, 썰물 때는 폭 50m의 모래해변이 드러난다. 조개껍질이 부서져 만들어진 사장이라 빛깔이 곱고 맑은 날이면 물색깔이 에메랄드 빛깔을 띤다.

사도의 섬들 중 볼거리가 가장 많은 시루섬은 왕성한 화산활동으로 이뤄졌다. 용(龍) 모양의 용미암, 마을 사람이 다 앉아도 널찍할 멍석바위, 얼굴바위 등 진귀한 기암들이 산재해 있다.

사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아름드리 해송을 따라 도는 해안 트레킹이다. 편안하고 호젓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가는 길=여수항에서 사도까지는 하루 3번 백조호(061-662-5454) 여객선이 오간다. 1시간 20분소요. 뱃삯은 1만 1500원(편도).

▶미식거리=갯장어 또는 참장어로 불리는 '하모'는 여수의 여름철 보양식으로 통한다. 회로 먹거나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는데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경도가 유명하다. 사도에서는 민박집에서 푸짐하고도 정감 있는 밥상을 대할 수 있다.

하모 샤브샤브
◆증도(전남 신안군)

서해 다도해의 중심 신안군은 무려 1004개의 섬으로 이뤄진 이색 지대이다. 세계 5대 갯벌을 품고 있는 데다 풍광이 빼어난 유-무인도에는 그야말로 명사십리 고운 모랫길을 갖춘 해수욕장도 즐비하다. 그 중 신안 해저 유물선 발굴지로 '보물섬'이라는 별칭까지 얻은 '증도'는 이 지역 최고의 웰빙 관광 명소로 손꼽힌다. 증도의 랜드 마크격인 태평염전에서는 초여름 햇살에 하얀 '천일염'이 영글어 가고, 부드러운 갯벌에는 아이들의 생태체험이 한창이다. 특히 이즈음 바닷가 솔 숲길에 간조마다 드러나는 노두길 등 증도의 '모실길'을 걷노라면 느릿함의 미학을 절로 체득할 수 있다.

증도는 몇 년 전 육지와의 연도교가 놓여 더 이상 섬에 머무르지 않고 있다. 국내 유일의 소금박물관, 국내 최대 규모의 단일염전으로 꼽히는 태평염전 등에서는 대패질, 수차 돌리기, 함초 관찰하기 등의 염전체험 프로그램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다.

태평 염전의 소금 채취 작업
증도의 자랑은 광활한 갯벌이다. 우전해수욕장 북쪽의 넓은 개펄에는 갯벌생태 탐방로인 '짱뚱어다리'가 놓여 있다. 증도 최고의 명물이다. 증도면 소재지와 우전해수욕장을 잇는 국내 최초로 갯벌 위에 세운 탐사와 보행 겸용 다리이다. 길이 470m, 들물 때에는 바다위에 놓인 다리가 되어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이 들고, 물이 빠지면 짱뚱어, 칠게, 농게, 맛조개 등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생태체험의 명소가 된다.

태평염전 서쪽에 위치한 우전해수욕장은 신안군 최고의 해수욕장으로 손꼽힌다. 한반도 모양의 울창한 해송숲을 품은 은빛 모래해변이 남북으로 4km나 길게 뻗어 있다. 이른바 명사십리를 자랑하는 곳이다. 기다란 백사장과 송림이 어우러져 느릿하게 솔 숲길을 걷거나 고운 모래밭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슬로시티 증도의 매력에 흠뻑 젖어들 수 있다.

완도 전복
▶미식거리= 증도는 신안의 여느 섬처럼 잘 발달된 뻘에서 낙지, 짱뚱어를 비롯한 각종 어패류가 생산된다. 요즘은 병어 철을 만나 싱싱한 병어를 회와 찜으로 맛볼 수 있다. 7월부터는 민어도 제철이다.▶가는 길 =서울~서해안고속도로~북무안IC~현경 교차로~해제-지도~사옥도~증도

◆완도(전남 완도군)

슬로시티 청산도와 보배로운 보길도를 거느린 전남 완도((莞島)는 사철 흡족한 여정을 꾸릴 수 있는 곳이다. 국내 '산소음이온' 최다 발생지역이라는 청정함에 '빙그레 웃을 완(莞)', '웃음'을 고장의 미래 전략산업으로 삼고 있는 '유쾌한' 곳이다.

완도는 '건강의 섬'이라는 슬로건이 무색하지 않게 순수미를 간직한 곳이다. 완도 앞바다에 점점이 박힌 200여 개의 섬들은 한 결같이 보배들이다. 해상왕 장보고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장도 청해진유적지, 고산 윤선도의 풍류가 흐르는 보길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슬로시티 청산도 등 아름다운 대자연이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펼쳐져 있다.

자리구이
완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는 구계등(九階燈)이다. 완도 남쪽 해안 정도리,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자리한 구계등은 운치 있는 바다여행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파도에 밀려 표면에 드러난 자갈밭이 여러 층의 계단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 '구계등'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바닷가에는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을 맞은 동글동글한 몽돌이 가득하다. 자갈밭의 갯돌(청환석)은 밤알만한 것부터 다양하다. 자갈밭의 모양도 큰 풍파가 있을 때마다 쓸려서 수중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해안으로 올라오기를 되풀이하는 까닭에 그 모습도 시시때때 다르다.

해변 뒤쪽으로는 해풍을 막기 위해 심었던 방풍림이 멋진 숲을 이루고 있다. 그 숲속으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따라서 시원스레 불어오는 해풍을 맞으며 호젓한 산책도 즐길 수 있다. 해안을 거날며 구계등 해안 몽돌 구르는 소리를 듣노라면 10년 체증이 다 내려가는 듯 한 청량감을 맛볼 수 있다.

비양도 등대
▶미식거리=완도의 빼놓을 수 없는 별미가 있다. 바로 전복이다. 완도의 전복은 보길도가 주산지로 잘 사는 어촌 마을을 일궈낸 완도의 효자 산업인 셈이다. 완도에 가면 생전복을 두툼하게 한 접시 썰어 놓고 진짜 전복의 풍미를 맛볼 수 있는데, 비린 맛이 없고 입안에 풍기는 향미와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가는 길=◇서해안 고속도로 목포 종점~강진-남창 교차로 지나~완도/ 호남고속도로~산월IC~광주-나주 지나 영암-강진-남창~완도

◆비양도(제주도)

여름휴가, 어디로 떠나야 하나. 장소도 맘에 들어야겠지만 가는 길도 가깝고 수월해야 한다. 이 같은 기준을 감안한다면 국내에서는 제주도가 단연 으뜸이다. 비용 부담은 있어도 비행기에 올라 한 시간이면 별천지에 와 있게 되니 편히 쉬고자 할 경우 매력 있는 코스가 아닐 수 없다.

짱뚱어탕
성수기 제주에서도 호젓한 여정을 꾸릴만한 곳이 있다. 비양도가 바로 그곳이다. 제주 한림읍 소재 비양도는 에메랄드 해변이 아름답게 펼쳐진 금릉-협재 해수욕장 인근 작은 섬이다. 등대가 있는 섬마을 산정에 올라 한라산과 해남 땅을 굽어보고, 바닷가를 따라 시원스레 펼쳐진 섬 한 바퀴를 둘러보자니, 제주 올레길 기행이 부럽지 않다.

특히 제주도를 제주 본 섬 밖에서 바라다 볼 수 있는 곳으로 바다 빛깔과 백사장, 초록의 광활한 구릉위로 펼쳐진 오름, 그리고 구름이 휘감아 신비감마저 도는 한라산 등 이전에 느낄 수 없던 이색 풍광을 접할 수 있다.

비양도는 제주 한림항에서 북서쪽으로 5㎞ 해상에 자리하고 있다. 동서 1.02㎞, 남북길이 1.13㎞의 둥글납작한 작은 섬이다. '죽도'라는 다른 이름을 지닌 기생화산으로, 정상 비양봉(해발 114m)에서 바라보는 제주의 풍치가 압권이다. 지금으로부터 1000년 전, 고려 목종 5년(1002년) 비양도에서는 활발한 화산활동이 있었다.

◇본격 바캉스시즌이 시작됐다. 어디가 좋을까? '섬'을 강추 한다. 뭍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섬은 호젓한 분위기를 담고 있어 느림의 미학을 맛볼 수가 있다. 사진은 전남 완도의 구계등.
비양도 관광의 백미는 트레킹이다. 트레킹은 두 가지 코스로 나뉜다. '섬 일주'와 '비양봉 트레킹'이 그것으로, 섬 한 바퀴만 돌기 보다는 산 정상에 올라 섬 주변을 굽어보는 것도 묘미가 있다. 때문에 우선 비양봉 정상을 오른 후, 섬일주에 나서는 코스를 권한다. 비양봉 정상의 등대는 오랜 세월 비양도 해역을 지키고 안내해 온 수호천사에 다름없다. 등대는 또 비양도 최고의 전망 포인트이다. 협재-금릉해수욕장의 에메랄드 물빛깔이며, 오름과 한라산, 그리고 저 멀리 전남 해남 땅 끝의 산자락도 수평선 아래 낮게 깔린 구름위로 봉긋 솟아 있다.

섬을 한 바퀴 도는 길은 포장이 잘 되어있다. 바다와 나란히 달리는 낮은 길은 편안한 느낌이다. 푸른 하늘에 피어오른 하얀 구름과 완만한 해안 길, 그리고 쪽빛 바다가 한데 어우러져 천혜의 섬 트레킹코스가 펼쳐진다. 곳곳에서 해녀들의 숨비 소리가 들려온다. 해안은 검은 화산돌 천지. 코끼리를 닮은 '코끼리바위', 애기를 업은 듯한 '애기 업은 돌' 등 용암이 분출돼 굳은 기암괴석이 비양도 해변을 장식하고 있다.

섬 한 바퀴를 도는데 쉬엄쉬엄 2시간여. 비양봉 트레킹까지 합쳐도 3시간이면 비양도의 속살을 들춰 보기에 충분하다.

▶미식거리=◇비양도 선착장 앞 '호돌이식당'에서 보말죽, 소라물회를 맛볼 수 있다. 보말은 제주 바닷가 돌멩이를 뒤집어 잡을 수 있는 고둥 종류로, 일명 '고매기'라고도 부른다. 보말죽은 부드럽고 쫄깃 고소한 게 먹을 만하다. 섬 트레킹에 앞서 보말죽을 미리 예약 해두면 빨리 맛볼 수 있다.

◇모슬포항구에 자리한 '항구식당'은 자리돔 요리 집으로 유명하다. 자리돔물회와 구이가 대표메뉴.

사도
▶가는 길

◇제주공항~한림항= 자동차로 30분소요.

◇한림항~비양도= 한림항에서 도선이 오전 9시, 12시(토, 일요일만 운행), 오후 3시 출항. 15분소요. 어른 2000원, 어린이 1200원. 도선여객터미널(064-796-7522/ 011-691-3929)

◇비양도~한림항=오전 9시 16분, 12시 16분(토, 일요일만 운행), 오후 3시 16분 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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