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후반 전국의 무인도와 섬 지역 땅이 불티나게 매매되던 시기가 있었다. 대부분 현지 시세보다 몇 배~몇십 배의 가격으로 외지인들에게 팔려 나갔다. 당시 현지 시세는 수백~수천 원이었으나 도시의 구입자들은 수천~수만 원씩에 매입했으며 지금도 이 가격이 기준가격이 되고 있다. 외지인들은 도시의 땅값과는 비교가 안 되게 싸다는 생각으로 현지를 방문해 보지도 않고, 사 놓으면 수 년 안에 몇 배의 차액을 남길 수 있다는 중개업자의 꼬드김에만 귀가 솔깃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가격이나 개발 면에서 섬은 지금도 10여 년 전 그대로다. 일부는 특정도서나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전혀 개발해볼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경우도 있다. 손을 대지 않고 저절로 땅값이 오르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수주대토(守株待兎:들판에서 토끼가 뛰어가다 나무 그루터기에 걸려 넘어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의 모습이다. 섬을 개발하고 가꿀 의사 없이 단지 ‘부동산 투자’의 관점으로만 무인도를 찾고 매입하려고 한다면, 자칫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무인도의 실체 무인도 주인들이 직접 또는 관리인을 두고 관리를 하는 섬은 극소수다. 대부분의 무인도가 방치돼 있다고 보면 된다. 특히 그 섬들은 낚시꾼과 어부, 염소들에 의해 훼손되고 더럽혀지고 있다. 어느 무인도건 간에 해변에는 쓰레기가 지천이며 섬 중앙부에까지 비닐과 과자봉투, 병, 캔 등이 버려져 있다. 무인도 주인은 절반 이상이 외지인들이어서 일 년에 한 번도 둘러보지 않거나 아예 10년 이상 와보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등기부를 떼어보기 전에는 누가 주인인지 지역주민도 모른다. 즉, 주인 없이 버려진 섬과 다를 바가 없이 방치된 사이에 섬은 볼품없이 피폐해져 가고 있다.

경관이 좋고 자연이 잘 보존된 아름다운 섬들은 주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보호지역으로 지정되고 있다. 이들 특정도서, 습지보호구역, 생태보호구역, 해상국립공원 등에 편입된 무인도는 현실적으로 개발이 제한되기 때문에 투자가치가 대폭 줄어든다. 주인들이 섬을 그대로 방치한 대가를 톡톡히 받는 것이다. 멋진 집이라도 한 채 지어놓았더라면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되는 것이 오히려 큰 득이 되었을 것이다.

대다수 무인도가 산재해 있는 서남해안은 세계적으로 간만의 차가 큰 지역으로 유명하다. 서해안 전체가 대륙붕으로서 대양의 관점에서 보면 서해안은 하나의 만과 다름이 없다. 간만의 차가 크면 배를 띄우기가 힘들다. 즉, 물때를 정확하게 파악해 출입해야 한다. 무인도의 상당수는 배를 댈 만한 적당한 곳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다. 또한 밀물 때와 썰물 때의 섬 모양과 지형이 판이하게 다르다. 어떤 섬은 마치 다른 곳에 와 있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무인도에서 식수와 용수를 찾아내는 것은 극히 어렵다. 무인도뿐 아니라 유인도도 항상 물이 부족하다. 이는 섬의 크기도 작을 뿐 아니라 무인도의 대부분이 표고 50m 이내의 낮은 구릉성 산지이기 때문에 물을 땅속에 저장해 둘만한 지형이 되질 못하기 때문이다.

잡목과 수풀 또는 암반으로 이뤄진 3000평 이하의 작은 무인도의 숫자가 전체 무인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경관, 크기, 입지 등 제반 여건을 두루 갖춘, 개발 가능한 섬은 드물다. 따라서 개발가능성을 갖춘 섬은 향후 그 가치가 대폭 높아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하늘에서 본 천연기념물 범섬. 이 섬은 1950년대까지 주민들이 거주했으나 현재는 무인도다. <경향신문>


야생마를 준마로 길들이는 개발투자 일반인이 섬 한 개를 통째로 소유한다는 것이 과연 그림의 떡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일반인이 아파트를 매입하거나 논, 밭, 임야를 사는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그러나 섬은 그냥 “땅을 샀다”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독특한 부동산이다. “섬을 샀다”는 것은 “꿈과 낭만에 투자했다”는 것과 비슷한 뉘앙스를 풍긴다.
1980년대 후반, 부동산 열풍에 편승해서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로 섬을 매입했던 수많은 사람들과는 달리, 최근 섬을 매입하려는 사람들은 좀 더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시각에서 섬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동산 투자’의 관점도 무시할 수는 없는 듯하다. 즉, “섬을 사두고 싶다”가 아니라 “섬에 가서 살고 싶다”지만, 거주기간 동안 어느 정도 가격상승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심리이며 또 건전하고 진일보한 투자방법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놓고 가격 올라가기를 마냥 기다릴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용하면서 섬을 갈고 닦아서 좀 더 쾌적하고 아늑한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즉, 야생마를 길들여 명마로 만들어 타고 다니다가 좋은 값을 쳐주는 매수자가 나타나면 되파는 것이다. 이는 성공가능성이 높은 투자방법이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섬을 갖고 싶어 하지만, 굴레도 안 씌운 야생마를 눈앞에 들이대면 타볼 엄두를 못 내고 뒤로 물러선다. 방치된 무인도를 잘 다듬어 준마로 만들어 시장에 내놓아보면 어떨까.

어떤 무인도를 선택할 것인가 하얀 백사장과 투명한 바다, 육지에서 그다지 멀지 않고 우거진 숲과 맑은 샘, 배를 접안하기 좋은 간이 선착장 시설이 돼 있으며, 건물과 시설을 짓기에 알맞은 넓고 평평한 터가 있으며 해충이 없고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있으며, 스노클링과 다이빙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인 암벽해안과 자연동굴, 주위에서 각종 물고기와 어패류가 지천으로 널려있으며, 적당한 강수량과 쾌청일수가 많고, 바람이 잔잔한 해역,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면 그 섬은 부르는 게 값이다. 섬 가격을 평수로 환산해서 평당 얼마라고 값을 매기는 것은 지극히 단순하고 우매한 계산법이다. 대지나 논밭은 그 평수(넓이)로 따지지만, 암벽과 언덕, 자갈밭과 잡초지, 숲과 수풀, 갯바위와 모래사장, 펄 등 다양한 모습이 혼재돼 있는 섬 가격을 평수로만 계산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해안선의 굴곡이 심한 섬의 경우 땅의 면적은 상대적으로 적게 나오지만 풍치와 경관이 우수하다. 근본적으로 그 섬 자체를 사는 것이지 그 섬의 면적을 사는 것이 아니다. 돼지는 근수로 가격을 매기지만, 애완견은 무게나 크기로 가격을 결정하지 않는 것과 같다.

섬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위치다. 바닷길로 2시간을 가야 도착하고, 바람만 세게 불어도 고립되는 절해고도와 육지에서 10분 만에 도달할 수 있는 곳은 그 가치가 당연히 다르다.

한 번씩 오가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산해 보면 큰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개발 정도다. 자연 그대로 원시 상태인 섬과 전기, 식수, 주택까지 들어서 있는 개발된 섬은 분명 다르다. 작은 오두막이라도 지을 생각이라면 육지보다 1.5배 이상의 예산을 생각해야 한다. 예전에 사람이 살았던 섬이나, 최소한 전기와 식수가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섬이 더 낫다는 얘기다. 무인도를 선택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섬에서 며칠 간 지내보는 것이다.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면서 밀물과 썰물 때의 모습을 다 살펴봐야 한다. 또 섬을 주거지로 사용할지 휴가나 주말에 사용할지에 따라 원하는 섬의 유형과 조건이 달라진다. 집지을 자리, 배를 댈 자리, 우물을 팔 자리, 밭과 정원을 꾸밀 자리, 오솔길을 어떻게 낼 것인지를 구상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섬을 찾을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주인이 그 부족한 부분을 보완·보충해줘야 한다. 주의할 점은 섬은 대부분 지목이 임야로 되어 있다. 관리지역이 아닌 자연보호지역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접근방법으로 개발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무인도 투자 절차 무인도를 살 수 있을까. 물론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땅에는 고유의 소재지(주소)와 지목(전·답·임야·대지 등)과 면적, 소유주가 등록돼 있다. 무인도도 같다. 따라서 무인도가 개인이나 기업의 소유인 경우 일반 토지거래와 마찬가지로 자유로이 매매할 수 있다. 설령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소유라 할지라도 경매나 공매를 통해 매입할 수 있다.

투자절차는 다른 부동산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구입예산과 희망지역, 섬 규모를 정해야 한다. 예컨대 경기, 충남, 전남, 경남 등의 지역에서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지 따져본다. 다음으로 2000~3000평, 1만~2만 평, 3만~5만 평, 5만 평 이상 등 섬의 규모에 따라 대상 범위를 좁혀나간다. 이 모든 것이 구입예산과 직결됨은 물론이다. 위치, 크기, 주변경관, 가격 등을 따지는 것이 첫 단계인 셈이다.

하지만 사진 등 데이터만 갖고 선택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마음에 쏙 드는 섬이 하나 있더라도 그 외의 몇 개의 섬을 더 선택해 그 중에서 고르는 것이 좋다. 만약 매물 중에 원하는 것이 없을 경우 매물로 나오지 않은 무인도 중에서 찾아 섬 주인에게 매매의사를 타진하거나 경매, 공매물건에서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

섬 지형과 기후, 인근지역의 특성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후에는 현장에 직접 방문해본다. 실물을 보고 섬의 개발가능성, 주변 환경과 주변 섬의 취락, 주민의 생활상을 확인하는 것이다. 만약 방문해서 확신이 선다면 매매계약을 한다. 공인중개사 또는 법무사를 통해 정식 매매계약서를 작성한다. 매매계약금은 통상 전체금액의 10%다. 잔금을 지급하고 소유권 이전등기를 하면 모든 것이 완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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