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국의 방송사 BBC에서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을 발표했습니다. 이전에 책으로 나왔던  '죽기 전에 봐야 할 영화 1001' 목록 보다는 가볍고, 시간도 훨씬 가깝습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만든 영화인 만큼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남다를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중에서 몇 개의 작품을 보셨나요? 또는 어떤 작품을 보고 싶으신가요? 혹시 보고는 싶은데 제목만으로는 무슨 내용인지 감이 안잡히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100편의 영화 중에서 조선일보 영화팀이 2001년 부터 써 온 작품의 정보와 리뷰를 한 데 모아 정리했습니다.

'멀홀랜드 드라이브(Mulholland Dr)'는 데이빗 린치(David Lynch) 감독의 특유의 스타일이 가장 잘 살아있는 영화이다. 산타모니카로 이르는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어느 날 밤 차 사고가 발생한다. 사고에서 살아난 리타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 근처 빌라에 숨는다. 한편, 헐리웃 스타의 꿈을 안고 LA에 도착한 베티는 이모의 집을 방문하고 그곳에 숨어있는 리타를 발견한다. 베티는 아담 케셔 감독과의 약속은 어긴 채 리타를 돕기 위해 그녀에게 유일하게 남은 기억의 단서 '다이안'이라는 인물을 찾아 나선다. 유망한 젊은 감독 아담 케셔는 엉뚱한 여배우를 캐스팅하라는 마피아의 압력을 거절하자 쫓기는 신세가 된다. 마누라는 수리공과 놀아나고 신용카드까지 정지돼 개인 파산 상태까지 이르자 마피아와 타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줄거리의 기본은 할리우드의 배우와 감독, 제작자들이 겪는 사랑과 질투, 성공과 파멸에 관한 이야기지만 이야기의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이 섞이면서 관객들은 혼란을 느끼고 초현실적인 이미지 속에 신비감을 맛본다.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 산 자의 회상과 죽은 자의 환상
영화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차우와 리첸의 관계를 가슴 저리게 그리면서도 그 사랑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는 낭만적 대사 한 마디 없이 간접화법 만으로 일관한다. 국수를 먹거나 일상적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담아내는 것 같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그들의 엇나간 운명에 한없이 슬퍼지는 기이한 체험은 바로 감추면서 드러내고 변죽만 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어느새 핵심과 본질에 다가서게 하는 왕가위(王家卫) 감독 특유의 화술에서 비롯된 것이다.

'화양연화'는 사랑의 밀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대신 둘이 좁은 실내에서, 골목길 계단에서 닿을 듯 말 듯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을 되풀이해 스케치한다. 스쳐감의 반복으로 사랑의 시간들을 인수분해하는 이 영화의 스타일은 곧 그 스쳐가는 찰나의 경험이 바로 사랑의 전부에 다름 아니라고 말하는 듯 하다.
[이동진의 시네마 레터] 찰나의 경험이 바로 사랑의 전부 '화양연화'
표면적으로는 1920년대 캘리포니아 신흥 석유 재벌의 파란만장 일대기.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이라는 동물의 탐욕과 그 탐욕이 사회 속에서 통제 없이 펼쳐졌을 때 어떤 참혹한 대가가 뒤따르는지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폴 토마스 앤더슨(Paul Thomas Anderson) 감독은 등장인물 각각의 이야기가 포개지고 분열하는 특유의 다중 플롯으로 유명하지만, 이번에는 별 볼일 없는 은광 광부 다니엘 플레인뷰와 광신도 목사 엘라이 선데이의 대결 구도에 초점을 맞췄다.
석유 개발업자 일대기에 담긴 자본주의·광신적 기독교 비판
지극히 평범한 10살 소녀 치히로는 길을 잘못 들었다가 낯선 세계로 빨려들어간다. 놀랍게도 그 이상한 세계속에서 엄마-아빠가 살찐 돼지 한쌍으로 변해버린 것 아닌가. 소녀는 한 소년의 도움을 받아가며 부모를 되찾기 위해 800여 신들이 쉬어간다는 ‘신령들의 목욕탕’에 종업원으로 취직해 생고생을 시작한다. 사람과 동물,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허물어져 있는 듯한 세계에서 소녀가 보고 듣고 겪고 울고 웃는 모든 것들은 신비와 경이로 가득하다. 

"10살짜리 아이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말에도 불구하고, 단순활극 이상의 재미를 느껴야 제대로 소화하는 작품이어서 어린 아이들용은 아닌 듯하다.
[이동진의 시네마 레터] 센과 치히로의 '터널'
영화가 삶의 순간을 포착해내는 마법이라면, 리처드 링클레이터(Richard Linklater) 감독의 신작 '보이후드(Boyhood)'는 아마도 지금껏 극영화가 표현하려 애썼던 이 마법의 실제에 가장 가까운 모습일 것이다. 

2002년 링클레이터는 여섯 살의 평범한 텍사스 소년 엘라 콜트레인(Ellar Coltrane)을 이 영화의 주인공 메이슨 역에 캐스팅했다. 에단 호크(Ethan Hawke)를 아빠로, 파트리샤 아퀘트(Patricia Arquette)를 엄마로, 또 감독 자신의 딸 로렐라이(Lorelei Linklater)를 누나로 뽑았다. 그 뒤 12년간 이들은 매년 여름마다 만나 단 몇 장면만을 함께 찍었다. 12년이 지난 2014년, 이 비밀스러운 프로젝트는 '보이후드'라는 영화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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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은 잊고 싶은 기억을 지워주는 첨단 기술을 모티프로 삼았지만, 철두철미하게 사랑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100% 사랑영화다. 평소의 코믹한 이미지와 달리, 우울하면서 사려 깊은 조엘 역을 뛰어난 연기로 소화해낸 짐 캐리(Jim Carrey)가 놀랍다. 상대역 케이트 윈슬렛(Kate Winslet)도 톡톡 튀는 개성으로 멋지게 연기했다. '존 말코비치 되기(Being John Malkovich)' '어댑테이션(Adaptation)'에 이어 또 하나의 걸작 시나리오를 써낸 찰리 카우프먼(Charlie Kaufman)이 2005년 아카데미에서 각본상을 따냈다.
[이동진의 시네마 레터] '이터널 선샤인' 아픈 기억 지운다고 사랑이 잊혀질까
[이동진의 세계 영화 기행] 사랑을 두차례나 시작한 몬탁해변엔…
성공한 건축가 잭은 어린 시절 아버지 오브라이언과 어머니, 그리고 두 남동생과 순수한 어린시절을 보낸다. 그러나 잭은 강압적인 아버지를 두려워하고 경외하면서 반항을 시작한다. 영화의 서사는 여기서 더 나아가지 않는다. 대신 영화를 시작할 때 등장한 '욥기'의 '욥'(Job·가족을 잃고 병에 걸리는 등 고난을 당하면서도 신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인물)이 신에게 던졌을 법한 질문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단란한 가정과 대자연 속에 둘러싸인 채 자란 잭은 같이 수영하던 친구를 잃게 되고, 동네에서 장애인과 범죄자를 마주하면서 신에 대해 의심을 품고 인간의 운명에 대한 불안을 느낀다. 영화는 기독교적인 세계관 안에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고난과 상실, 분노, 두려움, 죄의식 등에 대한 질문을 쏟아낸 뒤, '사랑'을 해결책으로 툭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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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 오브 라이프' 만든 은둔의 영화 천재 테렌스 말릭
결혼식으로 시작해서 장례식으로 끝나는 영화지만, 커다란 사건 없이 컴퓨터 회사의 중역인 NJ를 중심으로 그의 가족들 이야기를 펼친다. 여자친구가 임신하는 바람에 결혼을 하게 된 처남의 결혼식장에서 NJ는 옛 애인 셰리를 만난다. 그는 혼란스럽다. 와중에 그의 어머니는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쓰러지고, 직장일과 집안일에 지친 아내는 집을 나가 요양원에서 지낸다. 딸 틴틴은 친구를 좋아하던 남자친구를 사랑하게 된다. NJ는 일본 출장 길에서 셰리를 다시 만난다. 

삶에 관한 세밀한 묘사가 빛난다. 사람들의 뒷모습만 찍는 NJ의 어린 아들 말은 에드워드 양(Edward Yang) 감독의 의도를 말하는 것 같다. "안 보이는 것을 보여주려고요." "우리는 우리의 앞면만 볼 수 있을 뿐, 뒷모습을 볼 수 없으니까요."
[기사 더보기] 슬며시 엿보는 대만인들의 씁쓸한 일상
[그 작품 그 도시] 당신이 외로운 건 뒷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Jodaeiye Nader Az Simin)'는 사람들끼리의 비극적 다툼을 팽팽한 긴장감 속에 그려내고 있다. 2011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과 남녀 주연배우상을 휩쓴 작품이다.  

영화는 우리 삶의 풍경을 소름끼치도록 현실감있게 보여준다. 가정주부 씨민은 남편 나데르와 다툰 끝에 별거를 시작한다. 그녀는 '이란 같은 나라'를 떠나 이민 가서 딸 아이도 좀 더 잘 키우고 싶은데 남편은 치매에 걸린 부친 곁을 지키겠다고 한다. 견해가 다르다는 것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끼리 거리를 두는 비극이 시작된다. 
[기사 더보기] 이기심이 파탄을 빚는 '삶의 아이러니'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 2007)'는 '세상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절망적 세계관을 고백한 차가운 스릴러. 희대의 킬러를 쫓는 무력한 늙은 보안관을 통해 마약과 총기가 지배하는 미국의 현실을 동정 없이 그렸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코멕 매카시(McCarthy)의 장편 소설이 원작. 냉정한 문체로 그린 차가운 스릴러로 대사까지 거의 대부분 그대로 옮겼다. 코엔 형제는 각색상을 받은 뒤 "우리 형제가 유일하게 잘한 일은 이 소설을 선택했다는 것"이라며 원작자에게 공을 돌렸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아카데미 4관왕
독립영화 대명사에서 할리우드 주류로 '코엔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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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위~20위


[인사이드 르윈] 1960년대 초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활동하는 포크 가수 르윈 데이비스는 술집에서 노래를 부르며 친구 집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그와 듀엣으로 활동하던 동료는 자살했고, 르윈의 솔로 앨범은 팔리지 않는다.

[액트 오브 킬링] 1965년 군부 쿠데타 뒤 약 2년간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100만명이 학살당했다. 학살자들은 오펜하이머(Joshua Oppenheimer) 감독과 함께 '대학살의 추억'을 직접 연기하고 초현실주의적 영화를 만든다. 그 과정과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이 영화, '액트 오브 킬링(Act of Killing)'이다.

[4개월, 3주… 그리고 2일] 칸 영화제에서 만장일치의 환호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4개월, 3주… 그리고 2일 (4 Months, 3 Weeks & 2 Days)'은 감정의 유출을 적극 배제하고 철저한 리얼리즘 정신에 입각해 만들어낸 루마니아발(發) 세태 보고서. 낙태가 불법이었던 1980년대 차우셰스쿠 정권 시절, 원하지 않는 임신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두 여대생의 2일을 포착했다.

[홀리 모터스] 기승전결을 갖춘 줄거리랄 게 없는 이 영화는 비현실적·비논리적이다. 영화가 시작하면 백발의 오스카가 가족의 다정한 배웅을 받으며 흰색 리무진에 오른다. 하지만 곧 구부정한 할머니로 차에서 내려 구걸을 한다. 그 뒤로도 부지런히 살인자, 아버지, 광인 등으로 분장을 아홉 번 하고 차에 오르내리길 반복한다. 그가 주어진 배역을 연기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인간 역시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없다. 
[김명환의 씨네칵테일] '홀리 모터스' 속 리무진, 쓸쓸한 허영의 공간
'홀리 모터스' 레오 카락스 감독 "내 생각 표현할 길은 영화 뿐"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핵전쟁으로 황폐해진 22세기, 얼마 남지 않은 기름과 물을 차지한 독재자 임모탄이 살아남은 인류를 지배하고 있다. 아내와 딸을 잃고 떠돌던 맥스는 임모탄의 부하들에게 붙잡혀 노예로 되고, 폭정에 반발한 퓨리오사는 임모탄의 여자들을 전투용 트럭에 싣고 달아난다. 심장이 쿵쾅거리지만 짜릿하다. 한 번 더 올라타고 싶은 오락 영화다.
[삼시세평] 모래 폭풍과 핏방울… 母性을 연주하다
'매드맥스' 조지 밀러 감독 "車들이 연주하는 '록 오페라' 만들고 싶었죠"


21위~30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 앤더슨(Wes Anderson)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은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장인의 손으로 빚어낸 영화다. 철저하게 통제된 화면과 손으로 한 땀 한 땀 기워서 만든 듯한 세트와 소품, 그리고 달콤 쌉싸름한 이야기까지, 감독의 상상력과 취향의 결집체라고 할 수 있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Translation)'의 커플은 기이한 조합처럼 보인다. 50대 초반의 한물간 남자배우 밥 해리스와 20대 초반의 기혼여성 샬롯. 커플이라기보다는 부녀(父女)라면 딱 맞을 두 사람이 만난다. 육체적 소통과 거리를 둔 이 별난 사랑의 모습 속엔 남녀 간 사랑의 본질이 '세상에서 자신을 제대로 알아주는 이성에 대한 이끌림'임이 더 또렷이 드러난다.

[그녀에게] 잡지사 기자인 마르코는 취재를 위해 여성 투우사 리디아를 만나 곧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리디아가 투우 경기 도중 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되자 마르코는 그녀 곁에 남아 돌보기 시작한다. '그녀에게(Talk To Her)'는 '사람(人)'이 아니라 '사람 사이(人間)'에 대한 영화이다. 고독한 타인들이 각자의 마음 속에서가 아니라 그 마음들 사이의 공간에서 구원을 발견하는 이 영화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연민만큼 아름다운 감정은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올드보이] 2004년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 등 기념비적 쾌거를 일궈냄으로써 박찬욱 감독 개인에게는 물론, 한국 영화 위상 제고에도 결정적 기여를 한 화제의 걸작이다. 일본 만화를 자유롭게 리메이크 했는데, 영문도 모른 채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비운을 겪는 평범한 샐러리맨 오대수와 그 비운의 계획·실행자인 이우진, 미지의 여인 미도 세 사람을 축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액션드라마다.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 "복수극이라도 정열적 스타일이면 먹히더군요"


31위~40위



[다크 나이트] 영화로 만들어진 여섯 번째 배트맨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 대중과 평단에서는 앞다퉈 '걸작'이라는 헌사를 바치고 있다. '다크 나이트'는 관객의 존재론적 고민과 지적 모험을 동시에 선과 악, 진실과 거짓, 미와 추의 모호한 경계를 묻는 미학적·윤리적 질문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한 현실 세계 정치에 대한 풍자와 비판까지,  자신의 지적 호기심과 취향에 따라 다양한 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 풍요로운 영화이다.

[사울의 아들] 사울은 유대인 수용소의 포로이자 '존더코만도'이다. '존더코만도'는 등에 엑스(X)자가 그려진 옷을 입고 '토막'이라 불리는, 가스실에서 죽은 시신을 수습하고 청소한다. 어느 날 가스실에서 한 소년이 살아남은 채 발견된다. 독일군과 의사는 소년의 입을 틀어막아 숨을 끊어버린다. 이 장면을 목격한 사울은 소년의 부검을 담당한 유대인 의사를 찾아간다. 소년이 자신의 아들이니 유대교 전통에 따라 장례를 치르겠다는 것이다.

[와호장룡]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Crouching Tiger Hidden Dragon)'의 무대는 19세기 말 무너져가는 청나라이다. 무림 명문 무당파의 최고 검객 리무바이는 사부가 자객에게 살해 당하자, 신의를 잃은 강호를 떠나기로 하고 베이징에 있는 친구 수련을 찾아 천하의 명검 청명검을 건네준다. 그러나 청명검은 밤을 틈 탄 복면 괴한에게 도난 당하고, 괴한은 옥대인의 집으로 사라져버린다. 드라마도 탄탄하지만, 이안(李安)감독의 '와호장룡'에서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은 경극을 연상케하는 무술 액션이다.

(왼쪽부터)영화 '엉클 분미', '시티 오브 갓', '브로크백 마운틴'의 스틸컷

[엉클 분미] 신장질환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는 분미 앞에 19년 전 죽은 아내가 나타나고, 실종됐던 아들은 침팬지가 되어 돌아온다. 이들은 자신들이 다른 모습으로 환생했거나 유령으로 떠돌고 있다며 분미의 병을 알게 돼 찾아왔다고 말한다. '엉클 분미(Uncle Boonmee Who Can Recall His Past Lives)'는 죽음을 앞둔 분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나 위라세타쿤 감독의 고향인 태국 북동부의 정치·사회적 상황을 교묘하게 끼워넣은 사회성 짙은 영화다.

[시티 오브 갓] 실화에 바탕한 소설을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빈민가를 무대로 삼고 있다. 강도와 살인이 일상화된 이곳의 실상은 '신의 도시'란 역설적 지명과 날카로운 대조를 이루며 '신마저 떠난 세상'의 지옥도를 펼쳐낸다. 이 작품은 브라질 영화론 드물게 전세계적 성공을 거두며 2004년 아카데미 4개 부문에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브로크백 마운틴] 양떼 방목장 일자리를 찾아 트럭을 몰고 온 카우보이 잭(제이크 질렌할)은 사이드 미러에 비친 제 또래 청년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결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배낭 하나 짊어지고 온 스무 살 에니스(히스 레저)다. 가상의 지명으로 등장한  '브로크백'의 사전적 의미는 회귀(回歸)라고 한다. 영화 속의 가상 공간 '브로크백 마운틴'은 에니스와 잭이 처음 만난, 그리고 일생 동안 그리워한 그들만의 '에덴 동산'이었다.
'브로크백 마운틴' 이안 감독 11년만에 할리우드 벽 넘다

41위~50위


[인사이드 아웃]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서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등 다섯 가지 감정이 불철주야 일하는데, 열한 살 소녀 라일리가 우연히 '기쁨'과 '슬픔'을 잃어버리면서 감정적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감정 캐릭터를 빚어내고 기억의 실체를 보여주는 상상력, 이야기를 지탱하면서 끌어가는 힘이 단단한 애니메이션이다.

[아무르] 오스트리아 출신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2분 남짓한 도입부를 통해 '아무르'가 죽음에 가까이 다가선 노인들의 두려움과 사랑을 그릴 것이란 걸 예고한다. 80대 부부 조르주와 안느는 음악가 출신의 중산층으로 소박하고도 행복한 노년을 보낸다. 어느날 갑자기 안느는 병에 걸려 반신불수가 되고, 조르주의 정성스러운 간병에도 그의 육체와 정신은 망가져간다.
80대 배우들이 그려낸 러브스토리, 칸을 울리다

[멜랑콜리아] 폰 트리에 감독의 '멜랑콜리아'(우울)에서 느껴지는 이 '가슴이 짓눌린 듯한 답답함'은 꽤나 즐길 만하다. 영화 1부에서 저스틴은 자신의 결혼 피로연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 파혼을 하고 만다. 영화 2부에서 '멜랑콜리아'라는 이름의 행성이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저스틴은 언니 클레어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는다.

[노예 12년] 세 아이의 아버지이며 바이올린 연주자이기도 한 미국 흑인 솔로몬 노섭(치웨텔 에지오포)은 1841년 일자리를 찾으러 워싱턴에 갔다가 노예 상인에게 납치돼 루이지애나 주의 한 농장에 팔려간다. 그 후 한 캐나다인의 도움을 받아 1853년 1월 구출될 때까지 12년을 그는 노예로 살았다. 미국 노예제를 다룬 작품이지만 인간이 인간을 소유하고 조종해 온 노예사 전반과 인간성의 잔혹한 측면에 대한 반성으로까지 사유를 확장한다.
[김명환 기자의 씨네칵테일] '노예 12년' 속 '반성하는 인간'과 '현실 안주형 인간'
(왼쪽부터)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사랑을 카피하다', '리바이어던', '자객 섭은낭'의 스틸 컷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서민 가정에서 자란 고등학생 아델과 미대생 엠마, 두 여자가 사랑에 빠졌다가 작은 계급적 차이로 인해 관계가 무너지는 과정을 담았다. 마라톤 풀코스를 질주하면서도 그게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라는 듯 연기하는 아델 엑사르코풀로스(Adele Exarchopoulos)와 푸른 머리를 우아함과 자유분방함의 상징으로 만든 레아 세이두(Lea Seydoux)가 없었다면 애당초 만들어질 수 없었을 영화다.

[사랑을 카피하다] 영국 작가 제임스 밀러는 새로 펴낸 책 '인정받은 복제품'의 강연차 들른 이탈리아 투스카나에서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는 한 프랑스 여성을 만나게 된다. 아름다운 작은 마을을 거닐며 서로에 대해 하나 둘씩 알아갈 때쯤 두 사람은 자신들을 부부라 생각하는 사람들 앞에서 '진짜 부부'인 척 행동하며 사랑에 대한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오가는 미묘한 심리극을 펼친다.
[김명환의 씨네 칵테일] 복제품의 '오리지널리티'

[리바이어던] 영화의 중심엔 거대한 괴수(리바이어던)처럼 되어 버린 권력에게 짓밟히는 힘없는 개인의 이야기가 있다. 어느 바닷가 마을에서 가족과 살아 가는 자동차 정비사 콜랴는 시장 바딤으로부터 삶의 터전을 잃을 처지에 놓인다. 이를 막아보려 하지만 지방 정부의 썩어빠진 권력자는 한 소시민이 일궈온 모든 것을 짓밟아 쑥대밭으로 만들어간다.  

[자객 섭은낭] 섭은낭은 고위 관료의 딸로 태어나, 훗날 지방 절도사가 되는 정계안과 정혼을 한다. 하지만 정계안은 다른 여자와 결혼하고 섭은낭은 부패한 관리를 살해하는 암살자로 키워진다. 사부로부터 정계안을 죽이라는 명을 받은 섭은낭은 옛 정인(情人)에 대한 감정과 자객으로서의 임무 사이에서 흔들린다. 이 작품으로 허우 샤오시엔(侯孝賢) 감독은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대만 금마장 영화제에서 감독상·작품상 등 다섯 개 부문을 차지했다.



51위~60위



[인셉션] 기계장치를 이용해 여러 명이 동시에 꿈을 꾸면 꿈속에서 남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미래. 이런 '추출' 기술의 전문가인 코브(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일본의 기업 사냥꾼 사이토(와타나베 겐)로부터 거대 기업 후계자의 꿈에 들어가 '기업을 둘로 쪼개겠다'는 생각을 심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꿈속에서 다시 꾸는 꿈을 '꿈²'이라고 표기할 수 있다면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꿈⁴'까지 파고들어간다.

[물랑루즈] 1900년 전후의 파리. 젊은 시인 크리스티안은 보헤미안처럼 자유로운 삶을 꿈꾸며 파리 최고의 댄스·사교 클럽 물랑루즈를 찾으면서, 자신을 스타로 키워줄 돈많은 공작으로 착각한 물랑루즈 최고의 댄서 사틴과 사랑에 빠진다. 이 영화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관객에게 얼마큼 많은 즐거움을 안길 수 있을지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을 담은 영화다.

[이다] 고아원에서 자라 정식 수녀 서원을 앞둔 안나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피붙이 이모를 만나고 오라는 수녀원장의 명령에 처음 수녀원 밖으로 나선다.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의 이 아름다운 흑백 영화는 유럽과 미국의 각종 영화제에서 56개 영화상을 탔다.
[김명환 기자의 씨네칵테일] '이다'가 드러낸 미니멀리즘의 힘
[제로 다크 서티] 2001년 9월 11일 이후, 빈 라덴 제거는 미국의 지상과제였다. '제로 다크 서티'는 그를 사살하는 과정을 CIA 요원 마야의 입장에서 보여준다. 빈 라덴의 은신처를 알아내는 과정은 지난한 투쟁이다. 그러나 그 투쟁은 결코 소란스럽지 않다. 마야와 CIA 동료들의 대화는 건조하다.
[김명환의 씨네칵테일] '빈라덴 작전'에 대한 차가운 관찰자 시선


61위~70위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Inglourious Basterds, 2009)은 2차 세계대전 당시를 배경으로 한 픽션이다. 나치 하 프랑스에 특공대로 잠입한 미군 게릴라들이 "1인당 독일군 머리 가죽 100개씩 벗긴다"는 임무를 띠고 싸운다. 이들은 결국 영화광이기도 했던 히틀러가 참석한 한 극장을 폭파하러 몰래 숨어든다. 전쟁영화이면서, 독일군에게 가족을 잃은 유대인 여자 쇼사나가 극장을 운영하며 복수를 꾸민다는 면에서 영화에 대한 영화로 읽을 수도 있다. 
▶'바스터즈'로 돌아온 폭력영화의 거장 감독 타란티노

[토리노의 말]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2012년 최고 외국 영화로 '토리노의 말(A TORINOI LO)'을 꼽은 뒤 한 줄짜리 평을 남겼다. "여전히 위대한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영화는 남자의 묵직한 읊조림으로 시작한다. 늙은 남자 한 명과 젊은 여자 한 명, 그리고 말 한 마리가 주인공이다. 총 6일간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는데, 그 일이라는 게 옷을 갈아입고 물을 길어오고 감자 두 알을 삶아 소금 뿌려 먹는 것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동자승에서 청년―중년―장년을 거쳐 노승에 이르는 삶의 각 단계를 사계절의 변화를 통해 그린 이 휴먼 드라마로 김기덕 감독은 공감대를 획득했다. 그의 비유법은 김 감독의 전작들에 결여되었던 극적 개연성을 상당 정도 부여한다. 사실 드라마의 설득력 여부를 떠나 호수 위 암자를 담은 환상적 영상이나 캐릭터 설정에서 발견되는 보편성만으로도 영화는 꽤 주목할 만하다.

[허트 로커] 미국 영화 '허트 로커'는 연출에서 인위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해 관객 스스로 전장(戰場)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관객은 미군 장갑트럭 속에서 이라크의 폐허를 바라보거나 거리 한복판에서 이라크 양민(良民)의 시선과 게릴라의 총구를 동시에 감지한다. 아군이 끝내 승리하는 식의 카타르시스라곤 없는 이 황토색 전쟁영화는 시종 목 마르고 가려운 느낌이다.

(왼쪽부터) 영화 '로얄 테넌바움', '캐롤',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 스틸 컷

[로얄 테넌바움] 무책임하고 괴퍅한데다 이기적이며 제멋대로인데다가 아이들 인생을 망쳐놓는 아버지가 결국은 회심하여 가족들의 해묵은 갈등이 다 풀어지고 사랑을 회복하는 '뻔한 결말'을 내놓는 영화도 결코 드물지 않다. 그렇게 뻔한 이야기를 전혀 뻔하지 않게 풀어내는 것이 영화 '로얄 테넌바움(The Royal Tenenbaum)'이다.

[캐롤] 부유한 캐롤에게는 이혼을 앞둔 남편과 딸이 있고, 가난한 테레즈에겐 유럽에 함께 가자는 건실한 남자친구가 있다. 토드 헤인즈의 '캐롤'은 사랑에 빠진 이들의 시선에 관한 영화다. 첫모습에 반하는 몽롱한 눈빛부터 사랑하는 이를 몰래 쳐다보는 두려움의 눈빛, 그의 손이 닿을 때 파르르 떨리는 눈빛, 사랑을 나눌 때의 벅찬 눈빛까지.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 2007년 자신이 어머니의 외도로 낳은 자식이라는 것을 알게 된 폴리 감독은 다큐멘터리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 (Stories we tell')를 기획한다. 그는 직계 가족과 어머니 친구들, 생부(生父)의 이야기를 통해 어머니의 과거를 되살리려고 했다. 어머니에 관련된 과거의 이야기는 8㎜수퍼카메라로 재연됐다.



71위~80위


[비포 선셋] 2004년작 '비포 선셋(Before Sunset)'은 같은 감독의 1995년작 '비포 선라이즈'의 9년 후 상황을 그린 수작 멜로이다. 오스트리아에서  낭만적인 사랑을 하고 헤어진 20대 청춘 남녀가 9년 뒤 프랑스 파리에서 재회하면서 시작한다. 그 사이에 작가가 된 미국 남성 제시와 환경운동가가 된 프랑스 여성 셀린은 비행기로 떠나야 할 시간 직전까지 파리를 헤매며 다시 사랑을 나눈다. 러닝 타임 79분과 실제 영화 속 시간이 거의 그대로 일치하는 이 작품은 놀라운 사실감과 사랑에 대한 갖가지 통찰로 많은 영화팬들을 사로잡았다. 
[이동진의 세계 영화 기행] 사랑의 수명을 결정하는 것은 
[정이현의 히어로&히로인] 속내는 이별을 앞두고서야 드러난다

[스프링 브레이커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녀들은 해변에서 거의 벌거벗고 서로 뒤엉켜 춤추고 술을 마신다. 대학에 갓 들어온 그들은 자기들이 가진 터질 듯 신선한 몸뚱이를 다 불태우고 부셔버리려는 듯 발광을 한다. 이들에게 미래 따윈 없고 현재만 영원히 계속될 것 같다. 한편의 '초현실주의 시(詩)' 같은 영화에 논리와 설명, 그리고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는 건 물고기에게 하늘을 날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도그빌] 착하고 아름다운 여자 그레이스가 도그빌에 들어오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갱들에게 쫓기는 신세라는 것을 알고 불안에 휩싸인다. 그레이스는 작가를 꿈꾸는 청년 톰의 도움을 받아 마을 사람들의 일손을 거들며 호감을 얻는다. 그러나 그레이스를 찾는 경찰의 현상 포스터를 본 마을 사람들은 조금씩 변해간다.
[이동진의 시네마 레터] '악'은 무리 속에서 자란다
[잠수종과 나비] 프랑스 패션 잡지 '엘르'의 편집장이었던 장 도미니크 보비. 갑작스럽게 쓰러진 뒤 3주 만에 눈을 떴지만 몸은 이미 의지와 어긋나버린 상태였다. 왼쪽 눈을 깜빡이는 것을 제외하고 그는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절망적인 상황. 하지만 그는 웃음으로 세상을 응시한다. 감독은 불편한 몸의 보비를 응시하는 대신 보비의 눈이 되는 방법을 택했다. 그가 눈을 깜빡이면 화면도 동시에 어두워진다. 그의 의지가 유일하게 반영되는 왼쪽 눈은 보비의 의식이자 세계관이다.
[정이현의 히어로 & 히로인] '왼쪽 눈꺼풀'만으로 세상을 끌어안기
'잠수종과 나비' 감독 줄리안 슈나벨 "나는 이 시대의 피카소다"


81위~90위


[셰임] '셰임(The Shame)'은 욕망 때문에 육체와 정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가여워 견딜 수 없게 만드는 영화다. 뉴욕의 여피인 브랜든은 겉으로 보기에 완벽에 가까운 삶을 산다. 돈을 잘 버는 전문직에다 업무능력도 탁월한 독신남이다. 훤칠한 외모에 매너도 좋아서 노력하지 않아도 여자들이 먼저 다가온다. 하지만 그는 하루종일 섹스만 생각하는 성(性)중독자이다. 어머니가 아프다고 전화하거나 동생이 힘들다고 하소연할수록 그는 더 성행위에 몰두한다. 그의 몸부림은 쾌락보단 고통을 동반한 학대에 가깝다.

[시리어스 맨] 1960년대 독실한 유대교 집안의 가장인 래리는 물리학 교수로 살고 있다. 그의 주변에서 갑자기 문제들이 창궐한다. 그는 유대교 랍비 세명을 찾아가는데 랍비들이 헛소리만 하는 통에 점점 패닉 상태로 치닫는 것을 묘사한다. 최소한 세 번 본 뒤 모든 대사를 일일이 성서·탈무드·코란과 연관지어 따져봐야만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A.I.]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가 각본·제작·감독을 맡은 'A.I. (Artificial Intelligence)'는 사랑받기 위해 진짜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12살짜리 로봇 소년 이야기다. 사랑을 느끼도록 프로그램된 로봇을 개발할 정도로 과학이 발달한 미래를 배경으로, 인간이 되고자 했던 로봇의 꿈의 여정을 그린 'A.I.'는 우리가 기계를 얼마나 사랑해 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그녀] 남자 주인공 테오도르는 '아름다운 손 편지 닷컴'의 대필 작가. 외로운 이 남자는, 어느 날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를 구입한다. 그는 그녀와 친구가 된다. 사만다는 몸이 없는 인공지능 운영체제로 목소리로만 존재한다. 인간에 대한 공감 능력을 가지고, 스스로 확장하고 진화하는 이 시스템은 그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그의 편지를 대신 읽고, 그에게 필요한 정보를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한다. 그런 그녀와 테오도르는 사랑에 빠진다.

[예언자] 부모 없이 소년원에서 자란 아랍계 19세 청년 말리크는 죄를 짓고 감옥에 들어간다. 그 안에서 만난 코르시카계 폭력조직 두목 루치아니의 지시에 따라 청부살인을 한 뒤 말리크는 이후 루치아니의 심복이 된다.이 영화는 순박한 아랍계 청년이 감옥 속에서 이탈리아계와 아랍계, 코르시카계 폭력조직들에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결국 스스로 서는 법을 깨닫는 과정을 그렸다.

(왼쪽부터) 영화 '파 프롬 헤븐', '아멜리에', '스포트라이트', '피아니스트' 스틸 컷

[파 프롬 헤븐] '파 프롬 헤븐(Far from heaven)'은 평온하게 시작한다. 하지만 그런 평화가 혼돈과 격랑을 감추고 있음을 관객들은 잘 알고 있다. '파 프롬 헤븐'은 남편의 동성애 사실을 알게 되고 흑인 정원사를 사랑하게 된 이후 캐시의 삶이 요동치는 과정을 정밀하게 그려간다.

[아멜리에] 외롭게 자라난 아멜리(오드리 토투)는 어느날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눠주는 기쁨을 알게 된다. 쓸쓸하게 살아가는 남자와 여자를 연결해주고 착한 점원을 괴롭히는 가게 주인에게 대신 복수해주던 그는 마침내 자신의 사랑을 만나면서 가슴 설렌다. 영화 속 갖가지 모티브와 에피소드들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상상으로 만리장성을 짓고 허무는 몽상가의 머릿 속을 독특한 영상의 힘을 빌어 들여다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스포트라이트] '스포트라이트'는 보스턴글로브 탐사보도팀이 가톨릭 교회 사제들의 대규모 아동 성추행 파문을 추적 보도한 과정을 다룬 영화다. 대부분의 영화가 기자를 영웅 아니면 기생충으로 그려내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이들을 전문 직업인으로 그려내고 있다. 88회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각본상을 수상했다. 

[피아니스트] 나치 치하 죽어간 유대인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남은 유대계 피아니스트 이야기이다. 유대계 피아니스트 스필만은 독일이 침공한 뒤 유대인 강제거주지역인 게토에 갇힌다. 그의 가족들은 죽음으로 내몰리지만 스필만은 여기저기 아껴주는 사람이 꽤 있는 연주가인 덕택에 간신히 살아남는다. 유대계 폴란드인으로서 어머니를 가스실에서 잃었다는 폴란스키 감독은 이 영화로 2002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아카데미 감독·남우주연·조연상 등을 휩쓸었다.



91위~100위


[엘 시크레토: 비밀의 눈동자] 영화 '엘 시크레토: 비밀의 눈동자(The Secret In Their Eyes)'는 25년 전 일어난 이 비극적인, 일명 '모랄레스 사건'에 관련된 두 남자의 삶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말한다. 남자에게는 얼굴, 여자, 종교, 신까지 모든 걸 다 바꾸어도 절대 바꿀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고. 그것은 바로 그의 '열정'이란 것! 사랑하는 여자를 향한 두 남자의 끝나지 않는 열정으로 영화는 늦가을 오후처럼 빛난다.

[라따뚜이] 파리 최고의 요리사로 등극하는 생쥐와 인간 콤비의 성장 드라마로 요약될 이 애니메이션은, 우리가 '최고의 영화'로 동의하는 작품들이 지닌 미덕을 예외 없이 갖추고 있다. 쉽고 명쾌한 드라마이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몇 번의 반전으로 2시간 동안 객석을 들었다 놓더니,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는 세대·개인별 감수성에 따라 다양한 성찰을 시작하게 만든다.

[렛 미 인] 금빛 머리칼을 가진 열두 살 오스칼은 반 친구들의 괴롭힘을 당하는 연약한 외톨이. 어느 날 옆 집에 사탕을 먹으면 토하는 수수께끼의 소녀가 이사를 온다. 아버지와 둘이 사는 동갑내기 이엘리다. 그리고 동네에는 의문의 살인사건이 잇달아 발생한다.

[문라이즈 킹덤] 웨스 앤더슨 감독의 '문라이즈 킹덤(Moonrise Kingdom)'은 어느 화면에서 정지 버튼을 눌러도 세밀하게 그린 수채화 같다. 이 그림들이 모여 어른들을 위한 아름답고도 슬픈 동화책을 만들어 낸다. 배경은 1965년 가상의 섬 펜잔스. 1년 전 교회에서 단체로 연극을 보다가 샘은 까마귀 분장을 한 수지에게 한눈에 반하게 되고, 감춰왔던 상처와 외로움을 나누며 가까워진다. 

[니모를 찾아서]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는 정점에 달한 픽사의 능력이 잘 발휘된 수작 애니메이션이다. 이 작품은 스쿠버 다이버에 잡혀간 아들 니모를 되찾기 위해 아버지 물고기 말린이 온갖 역경을 극복하는 내용이다. 어드벤처 장르 구조에 가족영화를 얹은 듯한 이 작품은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는 데서 탁월한 능력을 과시한다. 

[레퀴엠] 스크린엔 뉴욕 브룩클린의 어느 평범한 집안 풍경이 마치 질낮은 병원 영안실 풍경처럼 펼쳐진다. 인물들은 하나같이 살아있는 시체처럼 보인다. '저러다가 곧 죽게 생겼다'는 말이 입 속에서 뱅뱅돈다. 엄마는 다이어트 약물중독으로 죽어가고 자식과 그의 여자 남자 친구들은 코카인 중독으로 죽어간다. 영상전체에서 내뿜는 악취의 역겨움때문에 보통 관객이라면 영화관을 뛰쳐 나와야한다. 그러나 뛰쳐 나가질 못하게 한다. 그런 최후의 사람에게서 조차 피어나는 향기가 있기 때문이다.[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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