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서부를 종주하는 야생의 산길 5,000km,
거칠고 위험하지만 제대로 된 미국 산을 만나는 트레일


‘킹 오브 트레일’,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컨티넨탈 디바이드 트레일Continental Divide Trail(이하 CDT)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다.

쉽게 말해 ‘트레일의 왕’이라고 불린다.

한국 사람에게는 미국의 백두대간이라 하면 이해하기 쉽다.



CDT는 우리나라의 백두대간처럼 미국 대륙의 분수령Continental Divide을 따라가는 트레일이다.

즉 강을 나누는 뼈대가 되는 큰 산줄기인 셈이다.

멕시코와 미국 국경이 위치한 뉴멕시코주의 크레이지 쿡에서 시작하여 콜로라도, 와이오밍, 아이다호, 몬태나를 거쳐 캐나다 국경까지 이어진 약 5,000km의 장거리 트레일이다.



길을 걷다 만나는 물줄기들은 서쪽으로는 태평양, 동쪽으로는 대서양으로 흘러간다.

몬태나 글레시어국립공원의 트리플 디바이드 피크Triple Divide Peak에서는 북쪽으로 북극해까지 흘러들어 간다고 하니 그야말로 대서양과 태평양, 북극해로 흘러가는 물줄기의 모태가 되는 큰 의미가 있는 산줄기다.

트레일의 왕이라 불릴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자연미 또한 왕이란 이름에 걸맞다.

 5,000km의 어마어마한 길이뿐만 아니라 뉴멕시코와 와이오밍의 사막구간, 해발 4,000m 이상의 눈 덮인 로키산맥 그리고 미국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옐로스톤국립공원Yellow Stone National Park과 몬태나의 글레시어국립공원Glacier Natinal Park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미국 자연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것이 CDT의 매력이다.



하지만 설산등반과 고산등반에 대한 어려움이 있으며, 전체 트레일 노선 중 20%는 아직 정비가 되어 있지 않아 다른 트레일에 비해 난이도가 높다.

매년 200~300명 정도의 사람들이 도전하지만 완주율이 30% 정도로 그리 높지 않은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콜로라도 산후안 마운틴스 구간에서 바라본 설산 풍경. 로키산맥의 산줄기다.
콜로라도 산후안 마운틴스 구간에서 바라본 설산 풍경. 로키산맥의 산줄기다.



북진이냐! 남진이냐!

다른 장거리 트레일과 마찬가지로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것을 노스 바운더North Bounder(이하 노보), 북쪽에서 남쪽으로 향하는 사우스 바운더South Bounder(이하 소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날씨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는 노보를 많이 택하는 편이지만 자신의 상황에 맞게 소보 혹은 노보와 소보를 적절히 섞기도 한다. 

노보는 4월 중순에서 5월 초 사이, 뉴멕시코주에 위치한 크레이지 쿡에서 출발하며 소보는 몬태나주에 위치한 글레시어국립공원에서 6월 중순에서 7월 초 사이에 출발한다.


CDT 출발지로 가는 방법

CDT 남쪽 시작점은 뉴멕시코주 크레이지 쿡에 위치한다.
미국 전역에서 운행하는 그레이하운드 버스Greyhound Bus를 이용해 가장 가까운 마을인 로즈버그Rodsburg까지 올 수 있다.
가까운 공항은 텍사스의 엘파소, 애리조나의 피닉스, 뉴멕시코의 알버쿠키 등이 있으니 상황에 맞게 이용하면 된다.


크레이지 쿡에 위치한 CDT 남쪽 시작 지점은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어렵다.
때문에 자동차를 이용하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가는 길이 무척 험해 일반차량은 무리일 수 있다.
차량을 이용할 계획이라면 현지에서 길 상태를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


CDT를 관리하는 CDTCContinental Divide Trail Coalition에서 CDT 하이커를 위해 로즈버그에서 셔틀버스(120달러)를 운행하고 있다.
북쪽 시작점이 있는 몬태나주의 글레시어국립공원까지는 버스나 기차 등을 이용해 이스트 글레시어East Glacier에 도착한 뒤 셔틀이나 트레일엔젤(하이커를 돕는 자원봉사자)이 제공하는 차량을 이용해 시작지점으로 이동할 수 있다.
가장 가까운 공항은 몬태나주의 헬레나에 있으며 시애틀부터 시카고까지 이어진 암트랙Amtrak 기차 노선이 이스트 글레시어를 통과한다.


CDT 퍼밋

공식적인 CDT 허가증Permit은 존재하지 않아 별도의 퍼밋 없이 걸을 수 있지만 국립공원이나 야생보호구역을 통과할 때는 그곳에서 필요로 하는 캠핑 허가증을 따로 발급받아야 한다.
 대표적인 곳이 콜로라도 구간의 로키 마운틴국립공원과 와이오밍의 옐로스톤국립공원, 몬태나의 글레시어국립공원이다. 허가증은 국립공원 내 사무실에 도착해서 구매할 수 있지만, 계획적인 하이킹을 위해 국립공원 도착 1~2주 전에 미리 전화해 구입하길 권장한다.
사전 계획 없이 국립공원에 진입해 하이킹을 하다 레인저의 검문을 받게 되면 허가증 미발급으로 벌금을 물 수도 있다.




뉴멕시코의 마지막 보급지 차마를 떠나 만나게 되는 콜로라도의 설산. 스노슈즈를 신고 걷고 있다.
뉴멕시코의 마지막 보급지 차마를 떠나 만나게 되는 콜로라도의 설산. 스노슈즈를 신고 걷고 있다.



보급 방법

다른 장거리 하이킹도 마찬가지지만 트레일에서의 보급은 상당히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세 가지 보급 방법을 사용하는데 첫째는 미리 보급품을 구매해 도착할 보급지에 보내두는 방법이다.
대량 구매 시 저렴하다는 점과 보급에 대한 걱정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입맛이 변한다든지 보급 스케줄에 따라 운행을 조절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둘째는 보급지에 도착해 필요한 물품을 현지에서 구매하는 방법이다.
자유로운 운행이 장점이지만 적재적소에 맞는 보급물품을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셋째는 두 가지 방법을 적절히 섞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CDT 하이커들은 PCT나 AT 같은 장거리 하이킹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세 번째 방법을 주로 활용한다.
또한 바운스 박스Bounce Box(보급 박스를 만들어 주기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물품을 넣고 일정 기간 후 찾아 다시 부치는 방식)를 활용하기도 한다.


CDT에서 지도와 GPS는 필수

CDT는 아직 완성되지 못한 구간이 많고 트레일 표시도 친절하게 되어 있지 않다.
또 공식 트레일 노선 외의 우회로들이 많이 존재한다.
게다가 눈이 깊어 길이 사라졌거나 트레일이 정비되지 않은 구간에서는 지도와 GPS에 의지해 길을 찾아야 한다.
 때문에 다른 트레일에 비해 지도와 GPS의 필요성이 매우 높다.


CDT에서 많이 쓰이는 지도는 ‘것훅Guthook GPS 어플리케이션’에서 제공하는 유료 지도와 ‘베어크릭 맵Bear Creek Map’ 그리고 조나단 레이라는 하이커가 무료로 제공하는 ‘레이 맵Ley Map’ 세 가지가 있다.
대부분의 하이커는 것훅 GPS 앱을 기본으로 베어크릭 맵이나 레이 맵 중 한 가지를 병행해 사용한다.


대표적인 가이드북은 요기Yogi라는 하이커가 쓴 <Yogi’s Continental Divide Trail>이 있다.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CDT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와 각각 트레일 보급지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으니 영어에 대해 울렁증이 없다면 참고할 만하다.




CDT 최고 고도인 그래이스픽에서 만난 산양 가족. 부모가 어린 산양에게 산 타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CDT 최고 고도인 그래이스픽에서 만난 산양 가족. 부모가 어린 산양에게 산 타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사막에서 물 찾기

PCT와 AT에 비해 CDT가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식수 보급 문제이다.
물론 물이 풍부한 콜로라도와 몬태나 구간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뉴멕시코 사막 구간과 와이오밍 남부의 그레이트 디바이드 바신Great Divide Basin 구간의 식수 보급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사막 구간에서는 소나 말 등 가축을 기르기 위한 물(가축의 배설물이나 벌레, 이끼 등이 많아 거부감이 올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을 필터나 약으로 정수해서 마시거나 트레일 엔젤들이 준비해 준 물을 마시기도 한다.


CDTC에서는 뉴멕시코 구간에 한정해 하이커들을 위해 물을 보급해 주는 유료 서비스(1회 10달러)를 운영한다.
안전한 하이킹을 위해 이전 하이커들이 온라인에 업데이트하는 CDT 워터 리포트CDT Water Report를 수시로 확인해 식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을 추천한다.


해발 4,000m 이상의 설산 등반

CDT를 가장 CDT답게 하며, 트레일의 왕이라 불리는 이유는 아마 4,000m 이상의 설산을 오르내려야 하는 콜로라도 구간이 있기 때문이다. 총 800마일(1,280km) 거리이기에 CDT 전체 노선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5~6월까지 허리까지 쌓인 엄청난 눈으로 인해  눈사태와 추락의 위험이 높아 하이커들의 운행을 포기하게 만드는 악명 높은 구간이다.


콜로라도 구간이 시작되는 뉴멕시코의 주경 도시 차마Chama에서 하이커들은 설산에 대한 준비를 하게 된다.
상당수의 하이커들은 눈이 녹기를 기다렸다 출발하기도 하지만 설산에 대해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는 하이커들은 CDT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새하얀 로키산맥의 풍경을 즐기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만약 콜로라도의 설산 구간을 지나기로 했다면 안전을 위해 아이스엑스(아이스바일), 크램폰(아이젠), 스노슈즈(설피) 등 설산 장비를 준비해야 한다.
이 구간은 위험요소가 많아 여러 우회로와 탈출로가 존재하는데 사전에 정보를 충분히 인지해 상황 판단을 잘 해야 한다.




옐로스톤국립공원의 그랜드 프리즈매틱 스프링grand prismatic spring. 옐로스톤에서는 수많은 간헐천과 온천을 만날 수 있다.
옐로스톤국립공원의 그랜드 프리즈매틱 스프링grand prismatic spring. 옐로스톤에서는 수많은 간헐천과 온천을 만날 수 있다.



콜로라도 구간이 시작되며 처음 오른 봉우리 정상에서, 앞으로 가야 할 CDT를 마주하고 있다.
콜로라도 구간이 시작되며 처음 오른 봉우리 정상에서, 앞으로 가야 할 CDT를 마주하고 있다.



차마에서 80마일(130km) 정도 떨어져 있는 다음 보급지, 파고사 스프링스Pagosa Springs부터 진정한 콜로라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산세가 웅장하고 험하며 다음 보급지인 크리드Creede나 실버톤Silverton까지 100마일(160km) 이상 떨어져 있어, 가장 어려운 구간이자 거친 자연의 진수를 맛 볼 수 있는 구간이다.


노선은 크게 산 후안 마운틴 루트San Juan Moutains Route와 크리드라는 마을로 질러갈 수 있는 크리드 컷오프 루트Creede Cut-off Route가 있다.
 이때 CDT에서 가장 위험한 구간 중 하나인 나이프 엣지Knife Edge(칼날능선)를 경험하고 싶다면 산 후안 마운틴 루트로 향하면 된다.
설산등반 경험이 있는 베테랑 산꾼이라 해도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2~3일 정도의 식량을 더 챙겨가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자신의 운행 계획에 대해 주변에 최대한 많이 알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눈이 녹기 시작했다면 눈사태의 위험이 더 클 수도 있다.
게다가 녹은 눈으로 수량이 늘어난 강을 건너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니 항상 주의해야 한다.
산 후안 이후의 콜로라도 구간은 PCT의 존뮤어 트레일처럼 콜로라도 트레일CT과 80% 정도 겹쳐 있기 때문에 소보 CT 하이커들과 자주 마주치게 된다.


그리즐리 베어의 위험성

PCT나 AT와 달리 CDT를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그리즐리 베어Grizzly Bear다.
우리에게 포악한 회색곰이라고 잘 알려져 있는데 주로 콜로라도 로키산맥 구간과 와이오밍 북부 산악 구간, 몬태나의 글레시어국립공원 구간에 서식한다.
 PCT나 AT의 블랙 베어Black Bear와 달리 포악해 인간을 해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로키 마운틴국립공원에서는 곰으로부터 식량을 보호하기 위해 ‘곰 통Bear Cannister’을 소지해야 하며 그 외의 곰 출몰 구간에서는 식량을 나무에 매달아 곰으로부터의 위협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위험구간을 지날 때는 다른 하이커들과 무리지어 가야하며 곰 안전 수칙을 사전에 숙지해 안전한 하이킹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즐리 베어 외에도 방울뱀, 말코손바닥사슴, 뿔사슴, 늑대, 코요테 등 수많은 야생동물이 트레일 위에 공존하고 있다.
야생동물과 그들의 구역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걷는다면, 야생동물들도 우리를 존중해 줄 것이라 믿는다.




옐로스톤의 간헐온천 중 하나인 모닝 글로리 폴morning glory fall. 가운데로 갈수록 온도가 높아져 미생물이 살 수 없기 때문에 색이 달라진다고 한다.
옐로스톤의 간헐온천 중 하나인 모닝 글로리 폴morning glory fall. 가운데로 갈수록 온도가 높아져 미생물이 살 수 없기 때문에 색이 달라진다고 한다.



캐나다, 그레이트 디바이드 트레일

북진해 5,000km를 걸어 캐나다 국경에 도착했다면 세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이 위대한 여정을 미국에서 마치거나, 캐나다로 넘어가 끝마치거나 아니면 캐나다 로키산맥까지 이어진 ‘그레이트 디바이드 트레일Great Divide Trail’을 더 걷는 것이다.


몬태나 글레시어국립공원과 캐나다 워터튼국립공원은 맞닿아 있는데 CDT에서 국경을 넘으면 캐나다 워터튼국립공원으로 갈 수 있다.
만약 캐나다로 넘어가기로 했다면 PCT와 달리 따로 허가증은 필요하지 않으며, 캐나다 국경 사무소에 전화해 체류를 허가 받으면 된다.
사무소에서 묻는 몇 가지 질문에 답하면 관광 목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내어 준다.
다만 유선이기에 여권에 도장은 받을 수 없다.


만약 미국으로 돌아오고 싶다면 왔던 길을 다시 걸어 글레시어국립공원으로 돌아가거나 차량으로 미국 국경을 넘어 돌어오면 된다. 차량으로 미국 국경을 넘을 때는 CDT 하이커라고 설명하면 큰 문제 없이 통과할 수 있다.


그레이트 디바이드 트레일을 걸을 예정이라면 캐나다 워터튼국립공원부터 시작해 로키산맥을 따라 밴프, 재스퍼국립공원까지 이어진 1,200km의 길을 더 걸으면 된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만들어진 트레일이 아니라 길을 걷는 데 여러 어려움이 있다.



CDT 인증서 신청

CDT를 무사히 완주했다면 CDTC에서 발급하는 CDT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
다른 트레일과 다르게 온라인 신청은 받지 않고 우편으로만 접수할 수 있다.
 CDTC 사이트에서 자세한 정보를 확인해 우편으로 신청하면 된다.


전체 완주가 아닌 일부 구간을 걸은 하이커들도 항목별로 신청할 수 있다.
CDT 인증서 역시 명예 시스템Honor System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간단한 개인정보 외에 어떤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으며, 신청과 기부금 5달러만으로 발급이 이뤄진다.



CDT 개념도



Mini info

역사 1978년 11월 10일 조성, 약 40년

길이 2,700~3,100마일(약 5,000km/루트 선택에 따라 달라짐)

소요 기간 평균 5~6개월

통과하는 주 뉴멕시코(775마일), 콜로라도(800마일), 와이오밍(550마일), 아이다호/몬태나(980마일)

통과하는 국립공원 로키 마운틴스국립공원, 옐로스톤국립공원, 글레시어국립공원

최고 고도 4,352m, 콜로라도 그래이스 피크Grays Peak. CO

최저 고도 1,280m, 몬태나 워터튼 레이크Waterton Lake. MT

남쪽 시작점 미국 뉴멕시코 크레이지 쿡Crazy Cook. NM

북쪽 시작점 미국 몬태나 글레시어국립공원Glacier National Park. MT

공식관련협회 Continetal Divide Trail CoalitionCDTC
이 게시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