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이 격정적 사랑 나눈 폭풍의 언덕을 가다

영국은 지형적으로 한반도와 비슷하다. 스코틀랜드는 휴전선 너머 북한을, 잉글랜드는 남쪽 대한민국을 연상시킨다.

영국의 허리인 잉글랜드 북부 지역을, 서에서 동으로 횡단하는 길이 ‘코스트 투 코스트 워크(Coast to Coast Walk)’이다. 약칭 CTC라 부르며 총거리는 309km이다.

미국 스미소니언 매거진에 실린 ‘세계의 위대한 10대 도보여행 길(10 Great Walks of the World)’ 기사에서 3위로 언급된 바 있다.

영국의 여행 작가 알프레드 웨인라아트가 45년 전에 개척해 세상에 알리면서 지금까지 유럽인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트레일이다.

영국의 서해 바다인 아이리시해(Irish Sea)의 세인트비스(St Bees)에서 출발, 동해인 북해(North Sea) 앞 로빈훗베이(Robinhood’s Bay)까지 영국의 산과 호수와 시골과 들판을 두루두루 거치는 길이다.

우리 한반도 지형으로 보면 인천에서 강릉까지의 도보 길에 비유될 수 있다.

CTC의 가장 큰 매력은, 잉글랜드의 3대 자연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서부의 ‘레이크 디스트릭트(Lake District)’와 중부의 ‘요크셔 데일스(Yorkshire Dales)’ 그리고 동부의 ‘노스요크 무어스(North York Moors)’ 3개 국립공원을 연이어 관통한다는 것이다.

산과 들이건 시골과 도시이건, 19세기의 영국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는 지역으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걷기의 심장과 영혼이라 불리는 레이크 디스트릭트(호수지방)의 에너데일 호숫가.
걷기의 심장과 영혼이라 불리는 레이크 디스트릭트(호수지방)의 에너데일 호숫가.


 
고대 그리스·로마에서 개화된 서구 문명이 근현대에 이르러선 유럽과 미국에서 만개된 것이라면 그 본류는 대영제국이라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문학이나 영화 또는 음악 등에서 익숙했던 스토리를 수없이 접하는 기회를 주는 길이 영국 CTC이다.

필자가 CTC를 걸으며 가장 실감했던 특징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의 축소판이라는 것이다.
성당과 십자가로 대표되는 종교적 분위기는 세계 역사와 문화라는 인문학적 향취로 대체되었다.
지평선과 밀밭만 보이던 메세타(Meseta)고원은 구릉과 헤더(heather) 꽃이 만발한 무어(moor·황무지)가 대신하였다.
산티아고에서는 수도원 등을 개조한 숙소 알베르게(Albergue)가 일반적이지만, 영국에서는 전통 시골집들이 운영하는 비앤비(B&B, Bed and Breakfast)가 대부분이다.
이런 세 가지 차이점을 제외하면 산티아고 순례길과 영국 CTC는 너무나 닮은 여정이었다.


‘인간이 발견한 가장 사랑스러운 땅’으로 묘사되는 윌리엄 워즈워스 시인의 고향마을을 지나고, ‘자연이 인간보다 두드러진 곳, 나무마다 다른 나무의 그림자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서 자라는 곳, 나무들 아래의 들판은 특별히 양들의 식욕을 돋우는 곳’이라고 알랭 드 보통이 <여행의 기술>에서 묘사했던 랑데일 골짜기를 거쳤다.




랑데일 계곡으로 내려가는 산길. 컴브리아 웨이와 겹치는 구간이다
랑데일 계곡으로 내려가는 산길. 컴브리아 웨이와 겹치는 구간이다.




크링글 무어 정상의 두 미국인, 쉐릴리와 킨시 자매. 15일 여정으로 영국
크링글 무어 정상의 두 미국인, 쉐릴리와 킨시 자매. 15일 여정으로 영국 트레킹 중이었다.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이 사랑을 나누던 요크셔의 ‘폭풍의 언덕’과 그 황무지 무어에 찬연했던 보라색 헤더 꽃밭에선 에밀리 브론테 세 자매의 불우했던 삶을 떠올릴 수도 있다.

아직 우리나라엔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인터넷과 단행본 등 어느 쪽에도 여행기나 가이드북 같은 자료는 없다.
유럽에선 CTC 가이드북이 여러 권 출간되어 있고, 그중에선 헨리 스테드만(Henry Stedman)의 <Coast to Coast Path>가 가장 인기 있다.
 ‘잉글랜드에서 걷기의 심장과 영혼이라 불릴 만한 곳’으로 여행 가이드북 <론리플래닛>이 극찬한 바 있다.

15일간 CTC를 걸어 횡단하고 이어서 15일은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지방까지 기차 등으로 종단하는 한 달 여정이면 만족스런 영국 여행이 될 수 있다.
무어 들판에 헤더 꽃이 만발하는 8~9월이 CTC 트레킹 적기이다.

유스호스텔 숙박료는 20파운드 내외이고, 비앤비(B&B) 경우 석식 포함해 35~45파운드 수준이다.
 여행 전 숙소 예약이 필수이다.  




영국횡단CTC여정



Info

총거리
309km
최고 고도 900m
최저 고도 0m
소요 기간 15일
하루 평균 트레킹 거리 21km
길 찾기 이정표 많지 않아 지도와 나침반 및 GPS 지참 필수.
숙박 유스호스텔과 비앤비 사전 예약하는 것이 좋음.
매력 포인트 잉글랜드 특유의 꽃길과 숲길을 만끽할 수 있음.
유의 사항 헤더 꽃이 만발하는 8~9월이 적기. 비가 잦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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