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모니에서 레우셔~쿠르마뫼르 거쳐 원첨회귀170km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상상 속의 몽블랑을 꿈꾸며 드디어 대장정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거대한 자연의 세계로 뛰어들면서 나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또 다른 세상의 나를 탄생시킨다.

크나큰 행복 주머니를 준비해 왔으니 하루하루 소중한 12일간의 일정을 즐겁고 보람차게 채워 가려 한다.


트레킹 첫째 날,  시차 적응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설렘 때문인지 잠을 못 자서 멘붕이다.

그래도 그림 같은 산의 조망과 맑은 공기는 충분히 몸을 힐링시킨다. 걷고 또 걷고, 오르고 또 오르고 머릿속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느라 분주하다.

날씨도 몇 번이나 비와 바람과 해와 구름이 수시로 바뀐다.

노을이 질 무렵 첫 밤을 보낼 산장에 도착했다. 쓸쓸함과 뿌듯한 행복감이 교차되는 이 순간을 행복 주머니에 담아본다.


다음날 산장을 출발할 땐 종일 올 듯한 먹색 비구름과 빗줄기가 마음을 움츠러들게 한다.

물기 머금은 야생화들을 보며 몇 개의 개울을 건너다 보니 어느새 옥색 하늘과 눈부신 햇살에 땀으로 온몸을 적신다.

우와! 내 앞에 보이는 눈길을 밟으며 눈을 조금 집어서 먹어 보기도 하면서 연신 탄성이 절로 나온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국경선(발페레계곡에서 본 이탈리아 쪽 풍경).
프랑스와 이탈리아 국경선(발페레계곡에서 본 이탈리아 쪽 풍경).


세이뉴고개(2,520m)
세이뉴고개(2,520m)


한여름 온몸은 땀이건만 눈길을 걷다니… 봄과 여름 겨울을 실시간으로 맛보면서 행복 주머니는 점점 커지는 것 같다.

거친 지형과 가파른 산길의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지는 험한 코스를 마무리하면서 나는 또 다른 신선한 경험을 했다.


아침, 점심, 저녁 매일 먹는 빵과 치즈, 시리얼, 베이컨 등 질릴 만도 하건만 아직은 괜찮다.

남들은 김치, 라면 생각난다고 하는데 나는 이런 음식도 좋다.

프랑스에서 이탈리아로 가는 날이다. 국경 정상에 있는 돌탑 하나가 국경 지표다.

우리나라의 남과 북의 넘을 수 없는 무거운 가로막힘을 떠올려 본다.


올라올 때 수정같이 맑던 날이 정상에 오르자 바람과 안개로 너무 춥다.

주변 조망을 감상할 틈도 없이 거센 바람에 달리기로 내려왔다. 잠깐 내려오자 또다른 봄과 여름이 기다리고 있다.


 야생화 천국이다.

“나 잡아 봐라” 도 하고 싶고 벌러덩 누워 사색에도 잠겨보고 싶고 최고의 파노라마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림으로만 보고, 말로만 듣던 알프스의 거대한 야생화 정원.



당뒤제앙 암릉.
당뒤제앙 암릉.


프랑스 본옴므 계곡의 양떼.
프랑스 본옴므 계곡의 양떼.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세 나라가 만나는 국경선 Dolent봉(3,823m).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세 나라가 만나는 국경선 Dolent봉(3,823m).




이탈리아 국경을 넘어 스위스로~

트레킹 일정이 중반에 접어들자 조금씩 일행들의 지친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몽블랑의 자태도 그저 그렇구나, 시큰둥해 하는 모습들이 힘든 것 같다.

그러나 이 거대한 자연은 순간 순간 절로 나오는  탄성으로 피로도 지루함도 한순간에 씻어 준다.


야생 블루베리가 끝도 없이 펼쳐져 주인 없는 블루베리를 마음껏 따 먹으며 출출할 때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입이 보라색으로 물들면서 달콤새콤 잊지 못할 추억이 입안 가득 맛있게 남아 있다.


몽블랑 트레킹 중 한국 분들도 만나고 여러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도 만났다.

독일의 젊은 부부와 5세, 7세, 9세 다섯 식구가 몽블랑을 트레킹하는 모습을 보면서 각자의 독립된 생각, 부모의 자식 키우는 방식, 자연 속에서 자립심을 키워 나가는 모습들에 우리도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날, 정말 많은 시간을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감격스러운 세상을 보고 간다.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을 글로 다 담을 수 없음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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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뷰베테본 목장.
스위스 뷰베테본 목장.


라폴리계곡에서 만난 짐꾼.
라폴리계곡에서 만난 짐꾼.


페리고개로 향해 트레킹.
페리고개로 향해 트레킹.


많은 일들이 해내기 전까지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미루지 말고 도전하자. 그러면 불가능은 없다. 내 생에 처음으로 맞이한 새로운 세상을 감동 있게 체험하고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갈무리하려 한다.

몇 번의 낮과 밤을 동고동락한 사람들… 참으로 큰 인연이라 생각한다. 와인, 맥주, 에스프레소 커피의 몽블랑만큼 입안 가득 퍼지는 향기는 오래오래 잊지 않고 가슴에 남기겠지. 굿바이 뚜르드 몽블랑.



TMB 클래식 루트  반시계 방향

샤모니 – 레우셔 – 레콩타엔 몽슈아 – 쿠르마외르 – 페렛계곡 – 라포울리 – 트리앙 – 샤모니

TMB란? 뚜르드 몽블랑(Tour de Mont blanc)의 줄임 말로 Tour는 프랑스어로 ‘둘레’ 또는 ‘일주’를 뜻한다. 서유럽 최고봉 몽블랑(4,810m)과 그 산군의 둘레를 걷는 약 170km의 코스로 유럽에서  유명한 트레킹 코스 중 한 곳이다.

글 허봉희,    사진 허영호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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