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패커마다 엇갈리지만, 무게 분산·발 보호 위해 필요

“백패킹을 배우고 싶은데, 왜 운행 장비를 알아야 하죠?”

맞는 말이다. 10년 전의 야영과 지금의 백패킹은 개념이 다르다.그땐 무조건 산행이었다.

보통 20kg 무게의 배낭을 메고 산 정상이나 그 언저리의 경치 좋은 곳에서 텐트 치고 야영하는 걸 떠올렸다.

지금은 차에서 내려 30분이나 1시간을 걸어 야영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산이 아닌, 바닷가나 강가, 임도 등 대상지도 산행이라고 할 것까지 없는 곳이 많다.

등산이 아닌 가벼운 걷기로 야영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런 백패커들에게 등산화와 스틱은 ‘꼭 필요해?’라며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장비다.

하지만 언제나 30분 이내의 완만한 곳만 걸어서 백패킹한다는 법은 없다.

백패커라면 늘 새로운 야영지를 찾게 마련이고, 경험이 쌓일수록 깊은 산이나 높은 능선을 찾게 마련이다.

산행이 길어지더라도 점점 더 경치 좋은 곳, 도시에서 좀더 떨어진 순도 높은 자연을 찾는 것이 백패커의 본능이다.


그렇게 본다면 운행 장비는 처음 시작할 때 배워 둬야 할 필수이자, 기본이다.

한국 산은 가파르고 바위가 많아, 10kg 이상의 무거운 배낭을 메고 산행할 땐 주의해야 한다.

특히 20kg이 넘는 대형 배낭을 메고 오르내리는 사람들은, 세월이 흐른 뒤 땅을 치고 후회할 수도 있다.

미국 아웃도어 업계의 정설은 자기 체중의 10% 이상 무게를 메고 10분 이상 걸으면 척추 연골과 관절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연구기관에서는 ‘체중의 10%가 아닌 5kg 이상의 짐을 메고 걸으면 무조건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최소 10kg 이상의 배낭 무게는 당연히 몸에 해로운 것이다.


하지만 당장은 나쁜 영향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몸속에 차곡차곡 쌓인다.

척추가 눌리면서 디스크가 조금씩 손상을 받고, 골반과 무릎·발목 연골과 관절도 피해가 누적된다.

몇 년이 지나고 허리디스크에 이상이 생기거나 무릎에 이상이 오면, 평소 잘못된 자세 때문이라고만 여기지 백패킹이 심각한 영향을 미쳤음은 모르고 지나게 된다.

우리는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몸은 괜찮지 않다.

우리 몸은 정직해 하나도 빼놓지 않고 기록해 뒀다가, 어느 선 이상을 넘어서면 채권자처럼 칼같이 찾아온다. 고통을 동반해 오는 것이다.


그런데 백패킹의 멋진 사진만 경쟁하듯 SNS에 올리고, 장비 과시와 큰 배낭을 메고 오르는 힘의 과시에만 관심을 둔다.

정작 소중한 내 몸이 받는 피해는 모른 채.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으므로 모르는 것이다.



수풀이 우거진 산길을 오르는 백패커들. 등산화와 스틱은 백패킹 입문자들이 고민하게 만드는 장비다.


등산을 안 하던 사람이 백패킹을 하겠다고 100리터 배낭을 메고 다니면, 몸은 더 큰 데미지를 입는다.

근육이 전혀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엄청난 하중을 주는 것이므로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당일 산행부터 시작해 무게를 조금씩 늘려가며 몸이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 근육을 만들어 가야 한다. 


운행 장비인 등산화와 스틱도 중요하다. 밑창이 얇은 운동화를 신으면 무거운 배낭의 무게가 발바닥에 집중된다.

특히 내리막길에선 체중과 배낭 무게를 합친 것의 5배에 달하는 하중이 순간적으로 발에 집중된다고 한다.

족저근막염을 시작으로 다양한 질환이 생길 여지가 높다.


짐이 무거우므로 당연히 등산객보다 더 운행 장비에 신경 써야 한다. 밑창이 두꺼운 등산화를 신고 충격 흡수력이 좋은 깔창을 깔아야 한다.

스틱을 사용해 하중을 양팔로 분산시켜야 한다.

또 날씨가 급변하는 거친 산악환경에서 1박2일을 보낸다면, 등산화는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하는 장비다.

한 시간 산행하더라도 내 몸을 생각한다면 운동화나 스니커즈를 신는 것은 삼가는 게 내 몸을 지키는 비결이다.



민미정씨의 백패킹 복장.


 “등산화와 스틱은 필수!”


OUTSIDER MIN 민미정 백패커
네팔 EBC서킷. 유럽 알프스, 남미 안데스, 북미 로키 등 다수 트레일 백패킹 종주. 남미 5,000~6,000m대 고산 3곳 등정. 현재 파키스탄 K2 BC 및 훈자 트레킹 중.

여름에는 운동화를 신고 큰 배낭을 메고 오르는 백패커를 종종 볼 수 있다.
산행으로 능선에 올라 백패킹을 한다면 등산화는 중요한 장비다.
보통 여름철에는 더위에 대한 부담 때문에 경등산화를 선호한다.
산행 시간이 짧고 길이 험하지 않다면 경등산화가 좋다.


그러나 장거리 트레킹이나 짧은 산행이라도 자갈이나 바위가 많은 너덜길이라면 중등산화를 신기를 권한다.
중등산화는 발목을 잡아 주어 부상을 예방하고, 바위 같은 장애물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해 발을 보호함과 동시에 피로를 줄여 준다.
단 중등산화의 바닥은 딱딱하므로 장기간 트레킹을 할 경우 충격 흡수력이 좋은 부드러운 깔창을 덧대거나, 여분의 경등산화를 챙겨 트레일 조건에 따라 번갈아 신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등산화는 지면에 닿았을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접지력이 좋아야 한다.
흔히 등산화를 고를 때, ‘비브람창인가’를 따진다.
이탈리아의 비브람사에서 개발한 고무창을 말한다.
어떤 이들은 유럽 산악 지형에 유리한 비브람 창이 국내 산에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내 경험을 보면 등산화 밑창은 얼마나 빨리 마모되느냐의 차이일 뿐, 접지력은 큰 차이가 없다.
객관적인 테스트 결과 없이 느낌으로 접지력을 논하는 건 무의미하다.


백패킹 필수 장비로 스틱을 들 수 있다.
체력을 과신하거나 양손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유로 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백패커들이 있는데, 스틱은 두 다리에 집중된 힘과 무게를 팔에 분산시킴으로써 피로와 관절의 충격을 덜어 주고, 발목 부상도 막을 수 있다.


이용균씨의 백패킹 복장


 “지형과 무게에 따라 선택 달라야”

인천총각 이용균 백패커
MSR, 시에라디자인, 콜맨, Thule 브랜드 영업을 맡았으며, 현재 Monterra 기획·영업 담당.


‘소싯적에 슬리퍼를 신고 대청봉 오르고, 30kg에 육박하는 배낭 메고 무전여행을 했다’는 선배들의 얘기를 흘려들었다.
말인지 막걸리인지 구분 안 되는 같은 허풍 속에 운행 장비의 진리가 녹아 있다.
즉 내 몸이 최고의 운행 장비라는 것.


자기 체력과 운행거리, 시간, 지형, 날씨에 맞게 운행 장비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백패킹 대상지의 경사와 배낭 무게가 스틱을 결정하는 변수이다.
산행 거리가 길고 급경사라면 견고한 등산스틱이 좋다. 완만하고 긴 거리라면 가벼운 스틱이 낫다.
다만 스틱을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경사이거나 보조자일이 필요한 바위산에서는 스틱이 번거롭다.
이때는 등산용 카라비너를 이용해서 스틱을 쌍절곤처럼 서로 연결한 다음, 배낭과 등 사이에 걸어 메면 한결 편하다.


등산화는 산행 중 발을 보호하기 위해 디자인된 신발이다.
백패킹 대상지의 지형과 배낭 무게에 따라 등산화의 선택도 달라야 한다.
운행시간 내내 경사지를 오르내린다면 미들컷 이상의 발목을 잡아주는 등산화가 어울린다.
발바닥의 피로도를 빨리 느끼는 편이라면 두꺼운 창의 등산화가 제격이다. 발에서 땀과 열이 많은 편이라면 고어텍스 같은 방수 소재 등산화는 오히려 더워 땀을 유발한다.
바위 슬랩이 많다면 접지력이 좋은 부틸계열 창이 좋겠지만 부드러운 마사토 형질의 내리막은 바닥 홈 무늬가 깊은 창이 유리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 발에 맞는 착화감이다.
가급적 전문 매장에서 등산화를 직접 신어보고 구매하길 권한다.
신발을 안 신은 듯한 가벼운 착화감도 좋지만 발목을 보호하지 못하는 등산화는 지양하는 것이 좋다.
충분히 산행 경력이 쌓이고 근육이 단련되어 자기 발목이 단단하다고 판단한다면 위에 나열한 내용을 무시하고, 다른 방법을 추구해도 좋다.



스틱을 이용해 안정적으로 계곡을 건너는 백패커.


 “3시간 이하라면 트레일러닝화 추천”

COOL-K(인터넷상 닉네임) 김광수 백패커
PCT 4,300km 백패킹 종주, 스웨덴·노르웨이 쿵스라덴 440km 백패킹 종주. 현 제로그램 전략기획팀 과장.


사실 나는 등산화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물론 백패킹을 처음 시작했을 땐 남들과 마찬가지로 유명 브랜드에서 나온 고가의 등산화를 두세 켤레 사서 번갈아 신기도 했다.
하지만 등산화의 기능에 만족하기보다는, 그저 남들이 신는 브랜드의 제품을 신었다는 정도의 만족감이었다.


등산화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산행의 목적과 환경을 고려해서 적절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백패킹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곳은 굳이 등산화를 신지 않아도 갈 수 있는 곳이 많다.
능선 종주를 하고자 표고차가 큰 산을 장시간 운행한다면 발목을 잡아주는 미들컷 이상의 등산화를 신는 것이 좋다.
3시간 이하로 걷는 코스라면 등산화보다는 가벼운 트레일화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김광수씨가 즐겨신는 트레일슈즈. 알트라에서 출시된 론픽 시리즈의 미드컷 모델. 가볍고, 발목을 잡아줘 산행 시 만족감이 높다.


개인적으로 신발은 백패킹 3대 장비로 꼽는 침낭, 배낭, 텐트만큼 중요한 장비라고 생각한다.
소중한 발을 지켜주는 가장 밀접한 장비이기 때문이다. 나는 백패킹 할 때 가벼운 짐을 메고 장시간 걷는 것을 선호하기에 등산화보다는 가벼운 트레일러닝화를 신는다.
대부분의 등산화가 고어텍스나 가죽으로 되어 있어 비에 쉽게 젖지는 않지만, 한 번 젖기 시작하면 말리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시간 걸어야 하기에 무좀이나 물집을 예방하려면 통풍이 중요하고, 신발이 무거울수록 걷는 것만으로도 칼로리가 많이 소모된다. 다만 신발 외피의 방수효과 유무는 개인차가 있어 선호도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 발볼이 넓은 트레일러닝화를 선호한다. 장시간 걸으면 발이 부어오르는데, 딱 맞거나 발볼이 좁은 신발을 신으면 불편하다.
신발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보다 내 발에 얼마나 잘 맞느냐다.
아무리 유명한 브랜드의 제품이라도 내 발에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나는 등산 스틱을 쓰지 않지만 내 방식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걸으며 짐을 줄이는 방법을 터득하니, 굳이 스틱을 사용하지 않아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나만의 스타일을 찾았다.


보통 스틱은 큰 도움을 준다. 특히 백패킹처럼 무거운 등짐을 메고 걸을 때는 체중을 분산시키기 위해 스틱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스틱은 가볍고 수납이 쉬운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등산 스틱에 지나치게 힘을 가하면, 스틱이 휘거나 부러져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된다.


중요한 것은 어디를 가느냐에 따라 준비할 장비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 속에서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하면, 챙겨야 할 장비를 선택하는 요령이 생기고 배낭의 무게도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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