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무게 줄이고 11자 걸음 바람직… 스틱 사용은 무게 분산시켜 하중 줄여

“아기도 아니고, 걷는 걸 왜 배워야 하죠?”

맞는 말이다. 성인이 걷는 법을 다시 배울 필요는 없다.

하지만 10㎏이 넘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걷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의 어느 연구기관에서는 체중의 10% 이상 무게를 메고 20분 이상 걸으면 무조건 디스크와 연골·관절에 손상이 간다고 밝힌 바 있다.

아무리 경량 백패킹BackPacking Light을 실천한다고 해도 배낭 무게가 체중의 10%는 넘는 걸 감안하면, 어떻게 걷느냐는 디스크와 연골·관절 손상과 직결된다.


20㎏ 넘게 배낭 탑처럼 쌓고 걸으면서 주변인들에게 “대단한데” 소리 한 번 듣기 위해 나의 디스크와 연골을 다 갉아먹을 것인가?

야영지 도착해서 장비 세팅 멋지게 해서 SNS에 올려 ‘좋아요’ 한 번 받기 위해 내 몸을 망칠 것인가?


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정작 몸은 괜찮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는 디스크와 연골·관절에는 심각한 피해가 쌓인다.

세월이 흘러 아침에 집을 나설 때 문득 허리가 아프거나, 무릎이나 발목이 아프면 그때의 과욕이 부른 참사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1년에 몇 번 가는 백패킹을 위해 중년 이후의 고통을 감수하겠다면 모르지만 말이다.


어느 브랜드의 얼마짜리 장비를 사느냐보다, 단 10분을 걷더라도 어떻게 걷느냐가 더 중요하다.

먼저 무게를 줄이자. 여기에는 체중도 포함된다.

과체중일 경우 하산 시 내리막 돌계단을 빠르게 내려간다고 감안하면, 5㎏ 이하의 괴나리봇짐을 메었다고 해도 관절과 연골이 손상된다.


배낭에 무엇을 넣느냐보다 무엇을 빼느냐가 더 중요하다.

온갖 장비를 잔뜩 담아서 30㎏ 넘는 무게로 산을 올라 호화로운 야영 터를 구축하느니, 그냥 오토캠핑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내 안의 근원적인 결핍을 해결하지 못하면, 장비에 대한 끝없는 욕심과 소비 욕구는 채워지지 않는다.

물론 적당한 장비 사용과 새로운 장비 구입은 아웃도어 산업 활성화와 소소한 백패킹의 즐거움이다.

지나치게 고가의 장비 욕심에 빠져, 산과 자연이 없는 과시욕으로 가득한 백패킹이 되는 건 자제해야 한다.


걸음은 11자로 걷는 것이 바람직하다. 팔자걸음은 기름을 뚝뚝 흘리면서 반 클러치를 잡고 무리하게 달리는 자동차와 같다.

진행 방향이 직진인데 팔자로 걸으면 몸이 좌우로 흔들리게 된다.

자세히 보면 지그재그로 흔들리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셈이라 운동 역학적으로 에너지 소비도 크고, 무릎과 연골에도 마찰로 미세한 충격을 계속 주게 된다.

몸에 밴 걸음걸이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무거운 배낭을 메었을 때만은 11자로 걸어야 몸에 무리가 없고 에너지 효율이 높다.


백패킹 시에는 스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무게를 분산시켜 무릎과 발목에 집중되는 하중을 줄여 준다.

당장 지금 백패킹하는 데 문제가 없더라도 스틱을 잘 사용하면 10km를 갈 수 있는 사람이 13km를 갈 수 있고, 비슷한 조건에서 함께 산에 다닌 사람이 60세까지 산에 다니고 은퇴할 때 70세까지 산에 다닐 수 있다.

반대로 20㎏이 넘는 배낭을 멘 과체중의 사람이, 매번 돌 계단길을 스틱 없이 뛰어서 내려오면 산행 수명 10년은 단축시키는 셈이다.


배낭에 관한 부분은 다음에 별도로 다루겠지만, 운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가벼운 것은 배낭 아래에 넣고 무거운 것은 배낭 위쪽 등판 가까이 붙여야 한다.

최신 배낭 중에는 배낭 위에 다시 작은 가방을 결합하는 형태도 있지만, 무게중심을 뒤로 분산시켜 운행에 지장을 초래한다.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범하는 실수는 배낭을 어깨로 메는 것. 배낭은, 특히 대형 배낭은 몸 중심으로 지탱한다.

허리끈을 골반 위에서 조인 후 멜빵과 어깨끈을 조인다. 멜빵을 지나치게 조여서 어깨에 무게가 집중되면 안 된다.

평소에 산행이나 운동을 전혀 안 하던 사람이 20㎏ 넘는 배낭을 어깨에 메고 종일 걸으면 그 무게가 어디로 갈까. 디스크가 나간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백패킹을 하려면 우선 당일산행으로 산행근육을 만들고, 코어근육 단련 운동과 다리 근력 운동을 하여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보폭은 줄이고 발바닥 전체로 땅을 디뎌야 한다.

산의 불규칙한 지형에서도 발바닥 전체를 디딜 수 있는 곳을 골라 밟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오르막길에서는 낮은 데를 밟아 조금씩 올라서고, 내리막길에선 높은 데를 밟아 조금씩 내려서야 한다.

무거운 배낭과 체중이 관절에 집중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가파른 오르막에서 숨이 차고 다리가 아플 때는 레스트 스텝Rest Step으로 걷는다.

레스트 스텝은 운동 사이사이에 근육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는 시간을 반복적으로 주는 것이다.

이 근육들에 산소와 영양분이 충분히 공급되어야 하는데, 운동 강도가 세거나 회복할 여유가 없어지면 피로물질인 젖산이 쌓여 근육통을 느끼게 된다.


오르막 걷기 동작에서 0.2~0.5초 정도 여유시간을 둠으로써 근육이 휴식을 취하도록 하는 것이다.

양손을 스틱에 의지해 발에 힘을 쫙 빼고 천천히 들어줌으로써, 레스트 스텝이 더 편해진다.

사실 레스트 스텝은 백패킹을 할 정도라면, 당일산행에서 이미 마스터했어야 한다.

백패킹을 절대 얕보지 마라. 거금을 들여 좋은 장비 샀다고 대신 걸어 주는 것은 아니다. 내 몸이 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초보자는 천천히 가라. 당장 눈앞의 저 사람이 남들보다 엄청 무거운 배낭을 메고, 뛰어서 산을 내려간다고 해서 부러워할 필요 없다.

10년 뒤 아니 5년 뒤, 계속 백패킹  하고 있는지 보라.



운행 중 기억해야 할  세 가지 요령

COOL-K(인터넷상 닉네임) 김광수

PCT 4,300km 백패킹 종주, 스웨덴·노르웨이 쿵스라덴 440km 백패킹 종주. 현 제로그램 전략기획팀 과장.

[신준범 기자의 백패킹스쿨 | 백패킹 운영 요령]
대형 배낭을 메고 야영지를 향해 오르는 여성 백패커.

 
[신준범 기자의 백패킹스쿨 | 백패킹 운영 요령]
거친 바윗길을 올라서는 백패킹 동호인들.


[신준범 기자의 백패킹스쿨 | 백패킹 운영 요령]
베네수엘라 로라이마 테푸이 트레킹 할 때의 민미정씨. 그는 스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첫 30분이 중요하다”

첫 30분이 그날의 산행을 좌우한다. 몸이 풀리기 전 산행 시작 후 30분은 최대한 천천히 운행한다.

처음에 힘이 남아돈다고 자기 페이스를 오버하면, 체력이 급격히 손실되어 그날 산행 전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


“걸으면서 쉬어라”

필자는 산행 시 잘 쉬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걸으면서 쉬는 것을 선호한다. 자기 페이스를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오래 쉴수록 몸이 다시 풀리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자기 페이스만 알고 있다면 천천히 걸으면서 충분히 체력을 회복할 수 있다.


“배고프기 전에 먹자”

배가 고프기 전에 먹고, 덥기 전에 벗고, 춥기 전에 입어야 한다.

물과 행동식은 조금씩 자주 먹는 것이 좋다.

 허기를 느끼고 난 후에 먹으면 바로 에너지원으로 소비되지 않기 때문에 힘들어진다.


원활한 트레킹을 위한 다섯 가지 방법

BYE JUN 이재승

분리 침낭 특허 출원. 백패킹 장비전문 슬로우아웃도어팩토리 대표. 느림라이프백패커 카페 운영자.


체력에 상관없이 조금만 요령 있게 운행하면 무거운 배낭 무게의 압박을 피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5가지 운행 노하우를 소개한다.


첫째, 등산스틱을 챙겨라!

관절의 피로를 줄이고 무리가 덜 가도록 최대한 스틱을 이용해 트레킹을 한다.


둘째, 자신의 보폭을 찾아라!

평상시보다 좁은 보폭은 상관없으나 평상시보다 큰 보폭은 체력 소모를 가속화시키고, 다리관절에 쉽게 무리를 준다.

자신의 평소 보폭을 유지해서 걷는다. 또 걸을 땐 지그재그로 걷지 않고 일자로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게 걷는 것이 좋다.

중심이 흐트러지면 그만큼 체력 소모가 높아진다.


셋째, 걸음걸이의 속도를 유지하라!

일정한 자신의 속도로 걷는다.

쉬운 길이라고 빨리 걷거나 선행자의 속도를 쫓다보면 오르막을 오를 때 더욱 힘들어진다.


넷째, 내 몸을 위한 휴식!

지치기 전에 쉬어야 한다.

몸이 지치면 휴식도 길어지고 길어진 휴식은 몸에 리듬이 깨지면서 더욱 힘들어진다.

잦은 휴식은 피하고 대략 1시간~1시간 30분마다 10분 정도씩 내 몸을 위한 휴식 시간을 가져야 한다.


다섯째, 하산 시 등산스틱을 활용하라!

하산 시 스틱은 평소보다 조금 길게 맞추고 디딜 곳에 미리 스틱을 짚어 발목과 무릎이 받을 충격을 최대한 분산해 준다.

이때 무릎은 굽혀 충격을 완화해 준다.


 “오르막에선 빨리,   내리막에선 천천히”

OUTSIDER MIN 민미정

네팔 EBC 서킷. 유럽 알프스, 남미 안데스, 북미 로키 등 다수 트레일 백패킹 종주. 남미 4,000~6,000m대 고산 3곳 등정. 현재 파키스탄 K2 BC 및 훈자 종주.


고산 장거리 백패킹을 즐기는 나는 무거운 등짐을 지고 고도차가 심한 코스를 이동할 때가 많아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배낭과 스틱 활용에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다.


트레킹을 시작할 때는 배낭을 메고 허리 벨트를 조인 뒤 어깨끈을 당겨 맞춘 후, 운행하는 동안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가파른 구간에서는 배낭 무게에 자칫 중심을 잃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 오르막에서는 어깨끈을 조여 몸에 바짝 붙이되, 내리막에서는 반대로 풀어 상체를 굽힐 때 배낭이 앞으로 쏠려 중심을 잃지 않도록 주의한다.

등산을 시작할 때 배우는 가장 기본 사항이지만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백패킹할 때 스틱이 가장 중요하다.

배낭 무게를 고스란히 받는 다리와 허리의 힘을 팔로 분산시켜 체력을 안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 스틱에 익숙지 않은 사람을 보면, 스틱과 발이 같이 움직이는 경우가 있다.

발이 공중에 떠있을 때 스틱은 바닥을 지탱하고 있어야 하고, 발이 땅에 안전하게 착지했을 때 비로소 스틱은 다음 중심점으로 이동해야 한다.


오르막에서 스틱을 앞으로 짚어 몸을 끌어올리면 배낭 무게까지 감당해야 한다.

스틱을 하산할 때와 같이 길게 잡아 뒤쪽으로 지탱해 몸을 밀어 올리는 운행법을 선호한다.

역시 내리막에서도 스틱을 길게 잡아 허리가 지나치게 굽어지는 것을 피해야 한다.


나는 운행 중 가급적 휴식을 취하지 않는다.

오르막에서는 스틱을 이용해 보폭을 크게 하여 빠르게 오르고, 오르막이 끝나는 지점에서는 걸음을 늦추며 숨을 고른다.

오르는 시간이 지체될수록 배낭 무게로 인해 어깨의 피로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내리막에서는 무릎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폭을 작게 그리고 천천히 내려간다.

등로가 넓을 경우, 직선으로 오르내리기보다는 지그재그로 걸어 공간을 활용해 발끝이나 뒤꿈치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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