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뜻’을 왜곡하지 말라.

▲ 강만원 ⓒ <뉴스 M>

하나님의 뜻’이라는 기독교의 핵심 주제가 일부 목사들과 신학자들의 일방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서 의도적으로 왜곡되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들이 마음을 다해서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나름대로 강조하는 듯 하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과 의도를 좀더 주의깊게 살펴보면, 한편으로는 진부한 ‘예정론’의 전통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세상의 정치권력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 한국교회의 허튼 이념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하나님의 거룩한 본성’에서 벗어난 하나님의 절대주권은 관념적인 ‘언어유희’에 지나지 않으며, 말씀을 왜곡할 뿐 그 자체가 결코 하나님의 뜻일 수 없다. 요컨대, 하나님의 선한 의지와 무관한 ‘절대주권’은 신학을 빙자한 인간의 어설픈 조어造語에 지나지 않으며, 주권은 의지를 실현하는 도구로서 하나님 안에서 모순일 수 없다.

온누리 교회의 강연에서 ‘하나님의 뜻에 따른 일제 강점’을 제멋대로 주장했던 문창극이 총리 후보로 지명되면서 신자, 비신자 가릴 것 없이 대다수 국민들의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고립무원의 궁지에 몰렸던 극우의 문창극 총리후보를 후방에서 옹호, 또는 지지하기 위해서 한국교회의 내노라 하는 목사들이 말그대로 ‘발 벗고 나섰다’.

겉으로는 ‘정당한 법적 절차’와 ‘신학적 타당성’을 구실로 내세웠지만, 극우 성향의 보수 언론인이며 온누리 교회의 장로인 문창극의 자진사퇴나 대통령의 지명철회를 막고 서둘러 인사청문회를 통과시켜 새로운 총리로 세울 요량이었슴이 분명해 보인다.

임명동의안의 국회 제출을 미룬 채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이 더 이상 결정을 유보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자 부랴부랴 6월13일자 일간지, 이른바 ‘한국의 극우 보수언론’을 대표하는 조선일보에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서 문창극 지지를 천명하고 나선 것이다.

그들은 조선일보 광고성명을 통해서, “일제 강점에 의한 우리 민족의 수난은 하나님의 뜻이었다”라고 말했던 “문 창극 총리 후보의 역사관은 식민사관이 아니라 성경적 민족사관이다”라며, 이는 절대로 ‘친일 식민사관’이 아니라 엄연한 ‘애국애족의 민족사관’이라고 거침없이 주장했다.

성명에 게재된 지지자들 명단을 보면 ‘설마’ 싶은 목사들의 이름이 버젓이 올랐는데, 대표적인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강준민 목사, 권성수목사, 김인중 목사, 류호준 목사, 민경배 교수,

송길원 목사, 이동원 목사, 정근두 목사, 주서택 목사, 최홍준 목사, 홍정길 목사...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형제들이 이들의 주장에 참담한 심정을 느끼거나, 나름의 판단에 심각한 혼란을 일으켰다. 아마, 이들의 이름을 보는 순간 자기 눈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동시에, ‘이런 분들’이 이렇듯 주저없이 주장한다면 지금까지 자신이 판단했던 게 사실은 틀렸던 게 아닐까 의아해서 생각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 같다.

유일신을 믿는 기독교인들에게 ‘하나님의 뜻’은 섣불리 말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 ‘하나님의 절대 주권’과 하나로 맞물려 있기 때문에, 기독교의 정통 교리들이 주장하는 다양한 이론들에 대해서 먼저, 그리고 분명히 밝히지 않은 채 하나님의 뜻이나 절대주권에 대해서 함부러 단정지어 말할 수 없다.

더욱이 ‘절대주권’에 관한 주제는 이른바 기독교의 양대 정통교리인 칼뱅주의와 아르미니우스 주의에서 극단의 대립을 드러낸, 민감한 이론이 아닌가? 간단히 언급할 수 없는 내용이지만, 저들의 주장 가운데 핵심적인 부분을 발췌, 분석하면서 내 생각을 간단히 정리한다.

저들의 주장을 보면,

“문 후보는 민족의 수난은 우리 민족을 연단하셔서 사용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뜻이라고 했다.”

- “우리 민족을 연단하셔서...?” 도대체.., 하나님을 믿지도 않던 조선말의 우리 민족에게 어떤 별난 유익을 주시기 위해서, 하나님은 일제의 잔인무도한 만행을 ‘하나님의 뜻에’ 고이 두셨을까?

일제는 우리 민족을 개처럼 찢어 죽이고, 불태워 죽이고, 쥐새끼인양 생체 실험을 하고, 종군위안부라는 명목으로 수천 처녀들의 정조를 유린하고, 재산을 강탈했고, 침략 전쟁의 총알받이로 사용했다. 일제의 만행은 그자체가 이미 가증스러운 죄악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선한 뜻’을 이루시기 위해서 하나님은 ‘악한 뜻’을 미리 예정하셨다는 말인가? 선을 이루기 위해서 악을 저지른다는 것은 이미 그 자체로 치명적인 모순이 아닌가. 이처럼 ‘모순의 하나님’을 말하는 것은 결국 반기독교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악한 하나님’을 인정하는 동시에, 거룩한 신성을 모독하는 무서운 죄악이 아닌가?

그런 극악무도한 만행이 우리 민족을 연단시켜서 마침내 ‘복’을 주시기 위한 하나님의 거룩한 뜻이었다는 말인가? ‘연단’이라는 말은 정금처럼 귀한 보석을 추출하기 위한 선행 작업을 의미한다. 하나님을 믿기는커녕 온갖 미신과 주술에 찌들었던 우리 민족을 하나님이 ‘유난히’ 사랑하셨다는 근거가 도대체 무엇인가?

솔직히 말하자. 하나님을 믿지도 않던 우리 민족이, 그리고 선민選民이나 성민聖民으로 택하시지도 않은 우리 민족에게 ‘특별한 은혜’를 주셨다는 주장은, 암만 생각해도 설익은 민족우월주의, 다시말해 아무런 근거없이 ‘자기 의’에 사로잡힌 영적 교만에 덧붙여 터무니 없는 자기도취가 아닌가?

설령 하나님의 뜻에 따른 연단이라는 주장을 일단 인정한다 해도, 일본제국주의자들의 끔찍한 만행을 겪은 우리 민족에게 하나님이 도대체 어떤 보화를 주셨길래 저들은 ‘일제 침략’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스스럼없이 주장하는가...? 이같은 질문에 답하려면 저들이 말하는 ‘축복’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

“우리 민족이 일제의 가혹한 식민통치로 비록 고난과 어려움을 당했지만 현재 우리가 누리는 민족의 번영을 위한 시련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 저들의 말대로 라면, ‘현재 우리가 누리는 민족의 번영’을 주시기 위해서 하나님이 그런 극악무도한 죄를 일부러 연단의 도구로 ‘사용’하셨다는 결론이다. 당신들은 지금 우리 민족이 ‘파라다이스’에서 희희낙락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당신들은 일제가 저지른 그까짓 고난 정도는 지금의 찬란한 번영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반민족적, 반성경적, 반인류적 망언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은 경제적인 면에서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경제적인 부요 외에 과연 한국이 삶의 질에서 내세울 만한 특별한 가치가 있는가? 다들 알고 있는 것처럼, 한국은 OECD 전체에서 행복지수는 꼴찌에 자살지수는 최고이며, 출산률은 꼴찌에 전쟁 위험이 가장 큰 나라로 꼽힌다. 국민의 기본적인 행복을 담보하는 복지 부담률은 꼴찌며, 빈부의 격차는 나날이 벌어질 뿐 좀처럼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실상을 뻔히 보면서도 명색이 목사요, 신학자라는 저들은 일제 만행의 처참한 고난은 ‘민족의 번영’을 위해서 하나님이 자신의 뜻에 따라서 의지적으로 사용하신 연단의 도구라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잘 먹고 잘 사는 일부 계층에게는 지금 한국 사회의 현실이 ‘낙원’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이며, 당신들처럼 이른바 ‘돈이 많고, 지위와 명예를 얻었고... 잘 나가는’ 목사들에게 한국의 물질적인 번영이 하나님의 찬란한 축복으로 느껴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서 우리 민족이 대단한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 후보의 발언은 그리스도인의 개인적인 신앙고백이며 동시에 일종의 신학적인 발언이다.”

- 신학을 공부하지도 않은 문창극의 이름을 허투루 들먹일 필요 없이 당신들은 지금 ‘일제 강점에 의한 민족 수난’이 하나님의 예정이며, 이는 신학적 근거가 명백하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즉, “성경은 하나님이 개인과 국가의 흥망성쇠를 주관하시는 절대주권자라고 선언한다. 그리고 고난도 그의 절대주권 아래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말한다.”라고 당당히 말하면서 당신들은 일제 만행이 하나님의 절대 주권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나님이 절대주권을 지니셨다는 엄연한 진리를 부정하는 그리스도인은 없다. 그러나, 하나님의 절대주권은 하나님의 본성이신 ‘정의’와‘선’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않는다. 만약에 절대주권자이신 하나님의 주권적 의지가 악을 친히 행하시는, 또는 의도적으로 악을 사용하시는 것이라면 악의 궁극적 책임은 필연적으로 하나님에게 있으며, 따라서 하나님은 우리의 순전한 믿음과 달리 ‘악한 신’일 수 밖에 없다는 치명적인 결론에 도달한다.(악과 선의 구별을 위해서 십자가의 죽으심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은데, 그러면 너무 길어진다... )

어설픈 말장난은 그만두자. 하나님이 의지적으로 악을 행하시는 것이 아니라 악을 이용하셔서 선한 뜻을 이루신다는 말...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사실인즉 심각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하나님이 선한 뜻을 이루시기 위해서 악을 도구로 사용하신다면... 결국 악을 부추키는 원죄의 책임은 응당 하나님이 져야 하지 않는가. 동시에, 악을 행한 자는 결국 하나님의 선한 뜻을 이루기 위한 무고한 도구였기 때문에 하나님의 무서운 심판이 아니라 오히려 멋진 상급을 받아야 하지 않는가.

요컨대 당신들은 문창극의 이름을 방패삼아 당신들의 주관적인 신학, 다시말해 칼뱅 신학의 일면을 완전한 진리인양 섣불리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교조적으로 내세우는 ‘전적인 부패’와 ‘무조건적 선택’이라는 칼뱅주의의 일탈, 이른바 ‘튤립 교리’의 엄연한 한계에 대해서 당신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어떤 이론이나 이념을 말할 때 그리스도인은 항상 먼저 생각해야 하는 가치기준이 있다. 세상에서 아무리 뛰어난 가치체계가 있을지라도 인간의 이성은 결코 완전한 진리일 수 없으며, 진리는 오직 하나님이라는 분명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며, 하나님은 어떤 순간에도 ‘악한 신’일수 없다는 분명한 명제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선민 이스라엘에 대해서 특별한 방식으로 역사하셨던 하나님의 ‘예정’을 무턱대고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범하지 말라. 하나님은 ‘자신의 뜻에 따라서’ 일제의 악랄한 만행을 단지 우리 민족의 물질적인 번영'을 위한 연단의 도구로 사용하신 것이 아니다.

이는 일본제국주의의 가증스런 침략 야욕이 부른 명백한 죄악이며, 하나님은 죄를 범한 일제의 악행을 ‘하나님의 섭리’로 사용하신 것이 아니라, 심판 때까지 참으시며 일단 ‘내버려두신’ 것이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조용기는 정몽준 후보를 기자들과 함께 순복음교회로 불러들여 ‘하나님의 뜻’이라며 정몽준 지지를 공언했고, 이번 문창극 사태에서 보듯이 한국의 이름있는(?) 목사들은 겉으로는 ‘하나님의 뜻’을 들먹이며 문창극의 ‘하나님의 뜻’을 옹호하는 동시에, 정당한 총리로 지지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몽준은 참패했고 문창극은 사퇴했으며, 수많은 사람들은 이를 지켜보며 한국교회와 목사들을 맘껏 비웃고 있다. '하나님의 뜻'을 왜곡하는 것은 하나님의 거룩한 신성을 모독하는 무서운 죄악이다. 저들의 영적 무지와 무능이 하나님의 뜻을 왜곡할 뿐 아니라, 하나님의 이름을 처참하게 모욕하고 있다.

강만원 / 종교, 철학 부문의 전문번역자. 작가.
성균관 대학교와 프랑스 아미엥 대학에서 공부했다. "당신의 성경을 버려라"의 저자이며 종교, 철학 부문의 전문번역가로 활동한다. 단순한 열정, 젊은 날 아픔을 철학하다, 신이 된 예수, 루나의 예언, 자연법의 신학적 의미, 예수의 역사와 신성 외 다수의 작품들을 번역했으며, '아르케 처치'에서 성경강의 및 번역, 출판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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