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후 돌섬에 와서 줄곧 미국교회로 나갑니다. 한국사람들은 우리부부가 영어를 굉장히 잘하는 줄 알고 부러워합니다.

“영어설교를 듣고 영어기도 영어찬송을 하시는 목사님 사모님이 멋져요”

미국교회교인들은 더합니다. 내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처럼 영어를 잘하는 줄 생각합니다. 5년 동안 빠지지 않고 졸지도 않으면서 눈에 불을 켜고 설교를 듣고 있으니까요. 어느 날 수석장로가 다가왔습니다.

“저희들은 주일마다 예배드리는 이목사님의 경건한 모습에 감동을 받습니다. 이목사님께서 언제 주일설교를 해 주실수 있습니까?”

“나는 은퇴목사입니다. 설교도 은퇴했지요”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지만 실상은 그게 아닙니다. 영어를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부부는 영어를 잘못합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미국교회 5년을 다니고 있어도 미국강아지 만도 못합니다. 미국강아지들은 주인이 떠들어대는 영어를 얼마나 잘 알아 듣는지 모릅니다.

"영어도 못하면서 왜 미국교회를 다니십니까?“

40년 목회를 은퇴하면서 교회출석으로 고민했습니다.

“일반교회에 나가 설교 듣고 앉아 있기가 뭣해요. 40년간 가르치던 초등학교선생님이 은퇴한후 초등학생이 되어 40년간 가르쳤던 과목을 배우는 꼴이 되니까요”

그런데 은퇴하자마자 노인아파트를 찾아 돌섬으로 이사 왔습니다. 다행히(?) 한인교회가 없어 한국교회에 나갈 걱정은 안 해도 됐습니다.

“미국교회로 나갑시다. 한국교회 가면 선생님이지만 미국교회야 우리 영어실력이 유치원생만도 못하니 배울게 많을거요. 영어도 배울겸 미국교회로 나가자구요”

미국교회에 나가 청교도의 흔적을 보고 싶었습니다.

한국교회는 교회부흥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예배가 엔터테인먼트입니다. 목사는 젊은 오빠처럼 분장합니다. 찬송은 아이돌식 복음성가를 부릅니다.

종교인 모임에 가봤습니다. 원로들이라 신부님도 스님도 백발인데 유독 목사님들의 머리만 새까맣습니다. 머리염색만이 아닙니다. 망우리의 늙은 목사님은 얼굴에 보톡스인지 성형인지를 하여 이팔청춘 이몽룡입니다. 종교 호감도를 조사해봤더니 불교25% 카토릭18% 기독교10%랍니다.

기독교는 지금 공공의 적이 돼버렸습니다. 목사는 먹사, 기독교는 개독교랍니다. 올가닉을 버렸기 때문입니다. 불교나 카토릭은 수천년동안 사제복장이나 예배의식이 그대로입니다. 올가닉을 고수합니다. 기독교는 유행을 따르고 시류를 쫒아 다닙니다. 다수확 품종개량에 성공하여 대형교회만든데는 성공했지만 정체성을 분실했습니다.

짠맛을 잃어버린 기독교는 버려진 소금이 됐습니다. 대형교회 만드는 무기농 농사를 짓다보니 땅이 망가져버렸습니다. 콩을 심어도 콩이 나지 않고, 팥을 심어도 팥이 나지않는 악토(惡土)가 돼버렸습니다.

루터와 청교도가 외쳤던 올가닉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청교도의 나라 미국교회는 어떨까? 그래서 미국교회로 나간 겁니다.

▲ Russell Sage Memorial Church, Far Rockaway, New York

아파트앞에 미국교회가 있습니다. 1년동안 다녀보니 지루해서 못 견디겠습니다. 영어로 듣는 세 시간 예배도 지루하지만 찬송은 더 지루합니다. 일년 내내 재즈풍의 복음성가만 부르기 때문입니다. 찬송가는 일년에 딱 한번 불렀습니다. 성탄절에 “동방박사 세 사람”을, 그것도 째즈풍으로 말입니다.

“청교도의 흔적이 남아있는 전통적인 미국교회를 찾아 봅시다”

돌섬교회를 순례하다가 지금 나가는 럿셀교회를 만났습니다. 3에이커의 대지위에 100년 넘은 붉은 벽돌교회가 서있습니다. 뉴욕시 문화재기념건물입니다. 숲속에 숨어있는 고풍이 맘에 들었습니다.

들어가 보니 안은 더 고전입니다. 150명 정도 모이는데 500석 교회입니다. 그림이 있는 스테인글라스에는 고색(古色)이 창연(蒼然)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천정이 4층높이. 전면 벽에는 오래된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돼있습니다.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미국 와서 처음 구경하는 선풍기교회입니다. 그런데도 시원합니다. 100년전에 불던 청교도바람이 지금도 불어오고 있으니까요.

예배는 더 고전입니다. 예배때마다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을 합니다. 찬송을 4장씩 부르는데 마지막 절은 쉬었다가 오르간 간주(間奏)를 듣고 부릅니다. 1950년대 한국교회에서 하던 식이지요. 마지막 후렴은 화음을 넣어 포르테로 합창합니다. 천정이 하도 높아 하늘보좌를 움직이는 대성당의 합창으로 크게 울려 퍼집니다.

이교회는 찬양이 특색입니다. 찬송가 말고 복음성가로 헌금송 기도송 고백송 친교송을 합하여 13번이나 부릅니다. 그런데 모두가 고전적인 복음성가들입니다. 12명의 성가대원들의 찬양이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이교회의 자랑은 독창과 중창입니다. 은퇴한 오페라가수 스톤여사가 부르는 “깊은 강”은 카네기홀 수준입니다. 스톤 여사, 트럼팻 연주자 도나휴, 복음성가가수 시몬여사의 듀엣과 트리오가 주일마다 있습니다. 대신 북을 두드려대는 보컬부대 같은 건 없습니다. 90%가 흑인들인데 경건하고 우아합니다. 앉아 있으면 타임머신을 타고 100년 전 청교도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입니다.

나는 주일마다 걸어서 갑니다. 50분 이 걸리는데 차를 운전하고 따라오는 아내보다 항상 일찍 도착합니다. 걷는게 자동차보다 빠르니까요.

지난 주일에는 찬송을 부르다 그만 울고 말았습니다. “There is a balm in Gilead/ To make the wounded whole"을 부르는데 한경직목사님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 청년시절 영락교회에 갔다가 한목사님의 ”길리아드의 유향“이라는 설교를 들었습니다. 그때 기독교는 길리아드의 유향처럼 향기로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치료를 받으러 교회로 몰려왔습니다. 지금 한목사님 대신 조용기목사 김홍도목사가 건재합니다. 그런데 길리아드의 유향에서 악취가난다고 야단들 입니다. 길리아드의 유향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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