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국제도시로 천지개벽한 송도를 잇는 인천대교. 인천대교를 통해 송도에 막 진입하면 송도 대교 오른 쪽으로 국제 업무지구가 자리를 잡고 있다.

고층 빌딩이 하루가 다르게 늘면서 송도의 풍경이 바뀌고 있지만, 유독 잡풀들이 우거진 드넓은 공간이 눈에 띈다. 바로 송도국제병원이 들어서기로 한 자리다. 13만여㎡ 부지는 터파기 공사도 이뤄지지 않은 채 인근 주민들이 보리와 콩을 심는 밭으로 이용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이곳에는 올해 병상 600개 규모의 종합병원이 문을 열었어야 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2009년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 서울대병원과 '송도국제병원'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011년 투자를 위한 우선협상자로 일본 다이와증권캐피탈마켓, 삼성증권, 삼성물산, KT&G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당시 컨소시엄은 병원이 설립 되면 의사·간호사 4000여 명을 포함해 1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하지만 인천시 측이 영리병원 설립에 반대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해당 토지는 미국 부동산 개발회사인 게일사 소유이지만 '인천시가 지정한 사업자에 팔아야 한다'는 단서가 있다. 또 전체 사업비 6000억원 가운데 인천시가 장기 저리로 3000억원을 빌려주기로 했기 때문에 인천시가 반대한다면 사업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인천시 측은 비영리 병원을 설립하는 쪽으로 계획을 변경한 상태. 이미 서울대는 비영리병원인 가칭 '서울대·하버드대 송도국제병원'을 짓는다는 구상에 따라 지난해부터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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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지역 의료계는 비영리병원으로 확정될 경우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렇지 않아도 서울 소재 5대 대형 상급종합병원(서울아산병원ㆍ삼성서울병원ㆍ연세대세브란스병원ㆍ서울대병원ㆍ가톨릭대서울성모병원)에 대한 환자 쏠림 현상이 심각한데, 사실상 '서울대 분원'이 생기면 길병원과 인하대병원 등으로 갈 환자가 송도국제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영리병원이라면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내국인 환자가 이를 이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아울러 비영리병원의 경우 현행 의료법상 외국 의료면허를 가진 의사가 근무할 수 없기 때문에 외국인 환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여건이 못 된다. 영리병원은 외국인 의료진의 근무가 가능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영리 병원이 될 경우 지금도 심각한 의료 쏠림현상만 더욱 심해지게 될 것"이라며 "계획이 늦어지면서 1만명 고급 일자리 창출과 의료 서비스 수지 개선 효과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규제는 일자리 창출을 막고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을 어렵게 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최근 열린 한국규제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에서 의료산업 규제를 완화하고 수출화를 적극 추진할 경우 2020년까지 약 5조2763억원의 부가가치가 유발되고 10만4069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논문은 "투자개방형 병원 허용에 대한 규제와 반발은 영리병원 제도가 전국적으로 확대될 경우 국민의료의 공공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하지만 특정 지역에 대해서만 무규제 환경을 건설한다면 공공성 침해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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