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케어로 의료 혜택을 받고 있는 한인 김모(72) 할머니는 최근 눈이 침침함을 느껴 안과를 찾았다. 혹시 백내장 등 질환이 의심돼 의사로부터 상담을 받은 김 할머니는 치료 방법과 수술 가능성 등에 대한 설명만 듣고는 돌아왔지만 3개월 후 메디케어 청구내역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할머니는 상담만 받고 이후 별다른 증상이 없어 치료를 하지 않았는데 청구서에는 이미 거액의 수술비용이 청구돼 있었던 것이다. 전형적인 의료진의 허위ㆍ과다청구 사례였다.

한인 직장인 김모(46ㆍLA)씨는 최근 치과 진료를 받은 뒤 비슷한 경험을 한 경우. 회사 보험을 통해 LA 한인타운 내 한 치과에서 치아 정기점검을 한 김씨는 이후 집으로 날아온 보험회사의 청구내역서에 ‘딥 스케일링’을 한 것처럼 2,000달러가 보험사에 청구돼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김씨는 “이에 대해 치과에 항의를 하니 ‘앞으로 할 치료를 미리 청구했다’는 변명을 하더라”며 “하지도 않은 치료를 버젓이 청구하는 행위는 사기 아닌가”라며 분개했다.

이처럼 병원이나 클리닉에서 메디케어는 물론 일반 보험에 들어 있는 환자들을 진료한 뒤 진료비를 과다하게 부풀리거나 허위로 청구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연방 당국과 민간 보험사의 의뢰를 받은 조사기관들이 단속을 강화하는 등 의료청구 사기 근절을 위한 고삐를 조이고 있다.

연방 보건복지부 산하 메디케어ㆍ메디케이드 서비스국(CMS)은 메디케어 사기방지 단속 전담반인 시니어 메디케어 패트롤(SMP) 팀을 가동해 적극적인 단속과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활동을 강화하면서 노인들의 경각심과 적극적인 신고를 강조하고 있다.

SMP에 따르면 메디케어 사기는 ‘환자가 받지 않은 진료 또는 각종 검사’를 추가하는 식의 방법이 가장 흔하다.
특히 이같은 사례들은 한인 등 소수계 이민자 환자가 영어에 서툴러 청구 내역서를 제대로 살피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한인 의료계 관계자는 “한인 의사 중에도 메디케어 사기행각에 연루돼 사법당국에 체포된 이들이 꽤 많다”라며 “메디케어 수혜자들에게는 영수증 차원의 청구 내역서가 발송되지만 한인 중 그 내용을 잘 살펴보는 이가 없다는 점도 사기행각에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현재 이같은 과다ㆍ허위청구 행각은 병원은 물론 약국과 물리치료, 의료기기 영역에서도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게 연방 당국의 설명이다.

당뇨를 앓고 있는 한인 박모씨의 경우 의료기기 측에 메디케어 사기 의혹을 직접 제기한 경우다. 박씨는 “당뇨수치를 측정하는 의료기기를 사려고 판매점에서 가격만 알아봤는데 청구서에는 내가 구입한 것으로 명시됐다”며 “단골이라서 어찌된 일인지 따졌더니 ‘직원이 착오로 잘못 청구했다’는 말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연방 보건복지부는 연 600억~900억달러에 달하는 메디케어 사기행각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고 있다. 특히 메디케어 사기행각이 발각될 경우 해당 의료 관계자는 물론 사기에 동조한 환자까지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MS 관계자는 “메디케어 사기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한인들이 많다”며 “사기행각이 발각되면 개입 정도에 따라 수혜자도 범죄 가담자로 취급된다. 이렇게 되면 수혜자격이 박탈되고 벌금과 징역형도 가능한 만큼 환자들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환자들이 진료비 과다청구를 막기 위해서는 진료비 청구 내역서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재 기자>
이 게시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