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장항문외과에서 직장암 수술을 시행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한 대장항문외과에서 직장암 수술을 시행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신중호 대장항문 전문의
신중호 대장항문 전문의
자가진단은 자칫 암 키울 수 있어
평소와 배변 다르면 전문의 찾아야


50대 중반의 한인남성은 변을 볼 때마다 출혈이 있었는데 치질 때문이라 생각하고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고 지내다가 최근 대장 내시경을 통해 대장암 진단을 받고 말았다. 신중호 대장항문 외과전문의(USC 대학병원)는 "많은 분들이 치질이겠거니 하고 진단을 미루다가 암이 상당히 진행된 다음에야 의사를 찾아오는 안타까운 경우를 많이 본다"고 지적한다. 치질 이외에 항문 질환이 어떠한 것이 있는지 또 그 증세들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았다.

-치질 외에 어떠한 항문 질환이 있나.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흔한 항문질환으로는 항문 열상(anal fissure), 항문 농양(anorectal abscess), 항문루(또는 누공이라고도 함ㆍanal fistula)와 항문 주변 피부 질환 등을 들 수 있다."

-생소한 병명들이다. 항문 열상은 어떤 것인가.

"항문 열상은 변비 등으로 딱딱해진 변이 항문을 통과하면서 연한 항문 주변의 피부에 '열상(cut)'을 만드는 것이다. 항문의 피부가 생채기를 입은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항문은 몸의 어떤 부위보다도 예민하기 때문에 환자가 느끼는 통증은 다른 곳보다 아플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항문 열상 환자들은 대변을 볼 때 날카로운 통증 또는 화끈거리는 통증을 느낀다. 반대로 잦은 설사로 인해서도 항문이 상처를 입을 위험성이 높다. 대장염을 앓은 후에 항문 열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은 것이 그 좋은 예라 하겠다. 화장실을 자주 가면 그만큼 변이 항문을 통과하는 횟수가 많아짐을 뜻하기 때문이다. 일단 상처가 나면 항문의 괄약근이 수축하게 되고 이로 인해 통증도 심해진다. 통증과 함께 작은 출혈도 있기 때문에 흔히 치질로 잘못 자가 진단되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치질 치료약을 바르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치질 치료약을 발라도 차도가 없다. 치질과 다르기 때문이다."

-항문 농양은 어떤 질환인가.

"항문 내에는 점액을 분비하는 샘(gland)이 있는데 이것이 막혀서 염증이 된 상태이다. 점액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 못하면 안쪽으로 곪아서 아래에 있는 엉덩이를 향해서 나름대로 일종의 길을 내어 고름이 내려간다. 결국은 엉덩이에 마치 여드름처럼 종기로 돋아나게 되는데 통증이 심하다. 치료 방법은 종기에서 고름을 뽑아내는 것이다."

-항문루(누공)도 매우 생소한 병명이다.

"항문 농양이 만성화된 상태라 할 수 있다. 항문 주변의 종기가 치료된 후 지속적으로 가벼운 통증이나 분비물이 보이면 이 상태를 의심해야 한다. 이럴 경우 고름이 흐르지 않도록 수술로 치료하는 방법이 있다."

-항문 주위의 피부 질환도 발생한다고 하는데.

"감염(fungal infection), 알레르기(contact dermatitis) 또는 다른 피부 질환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경우에 그 부위의 피부가 불그스름하게 되기도 한다."

-항문질환의 증세는 주로 어떤 것인가.

"원인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흔한 항문질환은 약간의 피와 통증 또는 가려움이 동반된다. 이 때문에 치질로 자가진단을 해서 약국에서 의사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치질 치료제를 오랫동안 잘못 사용하시는 분들이 많다."

-항문질환들을 일으키는 건강상의 문제는 무엇인가.

"치질은 불규칙한 배변습관 그리고 오래 앉아있는 직업을 비롯한 생활습관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본다. 잘못된 식생활도 큰 몫을 차지한다."

-어떤 때 항문에서 출혈이 일어나나.

"앞서도 언급했듯이 많은 항문질환들이 약간의 출혈을 가져 온다. 그리고 암이 아닌 대장의 양성질환이 출혈을 가져오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제까지 개인적인 임상경험으로 볼 때 안타까운 것은 암인데도 치질이려니 하고 진단을 미루다가 크게 진행된 다음에야 의사를 찾을 때가 많다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대장암 발생빈도는 인구 10만 명당 45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게 나와있다."

-암과 단순한 항문질환과 구별되는 대표적인 증세는.

"예로 직장암의 경우는 배변 습관의 변화가 온다. 평소보다 변비 혹은 설사가 심해지는 걸 말한다. 또 대변보기 직전에 통증이 느껴지는데 그 이유는 괄약근 가까운 곳에 암세포가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항문 바로 윗부분이 직장이고 그 위로 대장 그리고 소장이 이어져 있다. 대장암은 많은 경우 초기에 우리가 쉽게 감지할만한 특별한 증세가 없다. 따라서 대장 내시경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치질을 비롯한 이제까지 말한 항문질환들의 치료는 여기서 다 언급할 수 없다. 간략히 설명하면 가장 중요한 것이 괄약근을 이완시켜 주는 것이다. 연고를 바르거나 따스한 좌욕도 도움된다. 배변습관 즉 변비나 설사를 정상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먹는 습관을 바로 잡아야 하는데 그 이유는 음식과 배변이 직결되기 때문이다. 예로 자극성 음식(맵거나 짜거나), 술, 커피 등을 들 수 있겠다. 항문에 상처가 난 항문 열상의 경우는 60% 정도가 바르는 약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심하면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대부분 입원 없이 하루에 행해진다."

-항문질환도 나이 들면서 많은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연령, 성별과 특별한 상관관계는 없다. 오히려 항문 열상은 젊은층에 더 자주 일어난다."

-전문의로서 조언이 있다면.

"항문 주변의 불편한 증상이 무조건 치질이라고 생각하시지 말라는 것과 50세 이후의 분들은 대장 내시경을 받으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눈이 영혼의 창이라 한다면 항문과 변은 소화기 건강의 창이다. 그 중요성에 상응하는 마음을 쓸 필요가 있다. 예민하고 정교한 조직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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