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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그 케퍼는 ‘유령 요금’에 홀린 경험이 있다.
얼마 전 그는 여행사이트를 검색하다 자신이 찾던 LA발 덴버행 항공권이 세일가격에 나온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예약 사이트에 뜬 항공권의 가격은 바로 앞의 창에서 광고한 136달러가 아니라 그보다 20달러가 비싼 156달러였다.

토론토에 기반을 둔 여행 사이트 ‘요어 오이스터’(Yore Oyster)의 창업자 조나던 비샵은 케퍼가 처음 찾아낸 값싼 항공료는 온라인에 종종 출몰하는 ‘유령요금’(ghost fare)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항공사와 항공권 판매대행사들은 유령요금과 사이트 방문객의 온라인 동선을 쫒는 정교한 트래킹 기술(tracking technology)을 지렛대삼아 소비자로부터 더 많은 돈을 짜내려 든다. 한마디로 유령요금은 이윤창출을 위해 업자들이 만들어낸 ‘비즈니스 모델’의 한 부분이라는 얘기다.
유령요금은 먹힐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케퍼는 며칠간의 끈질긴 ‘수색’에도 불구하고 유령항공료가 다시 나타나지 않자 “항공사의 장난질이 너무 괘씸해” 여행계획 자체를 취소했다.
그렇다면 유령항공료는 온라인 여행사나 항공사에 어떤 방법으로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일까?
1990년대에 등장한 웹기반 여행사들은 처음부터 여행객을 낚는 미끼로 실체 확인이 불가능한 은닉(cached) 티켓을 이용했다.
실시간 재고(real-time inventory)에 포함되지 않은 티켓을 유령가격으로 제시해 여행자들을 유혹하는 상술이다.
재고에 잡히지 않는 항공권을 미끼로 사용하는 캐싱(caching)은 명백한 ‘유인판매’(bait-and-switch)에 해당하지만 예약시스템의 기술적 한계 때문에 감독당국은 달리 손을 쓰지 못한 채 방관하는 입장이다.
연방교통부 대변인은 자사 웹사이트로 고객을 유인하거나 정상요금 광고규정(full-fare advertising rules)을 피하면서 개인이 지불하는 요금을 인상하기 위해 항공사와 여행사가 “조직적이며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편법이 캐싱이라고 설명했다.
항공사와 여행사가 정부의 감독 부재를 틈타 수시로 캐싱을 한다는 ‘일화적 증거’는 점점 쌓여가고 있지만 구체적인 증빙이 아닌 ‘하더라’ 통신에 불과해 감독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셀러들은 유령요금에 현혹돼 예약사이트로 들어간 소비자는 이미 티켓을 사기로 마음을 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항공사가 광고가보다 높은 가격을 요구한다 해도 예약을 할 것이라는 점에 베팅한다.
이들이 사용하는 또 하나의 수법은 “티켓이 딱 한 장 남았다”는 등의 단서를 달아두는 것이다. 소비자와 감독당국은 이런 주장의 진위를 확인할 방도가 없다.
여행사이트 에어힌트(Airhint)의 창업주인 알렉세이 우다치니는 “대부분의 주요 사이트들은 종종 실체 확인이 불가능한 은닉 항공권과 유령항공료를 소비자들에게 제시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처음엔 50달러짜리였던 항공권이 예약을 클릭하면 90달러로 뛰는 등 심하게 요동친다.
캐싱은 나름대로의 존재이유를 지닌다.
그들만의 숨겨둔 표를 보유한 여행 사이트는 고객의 문의가 올 때마다 일일이 데이터베이스를 들어가 실시간 재고확인을 할 필요가 없다.
사이트 운영자로선 경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러 가맹사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데이터베이스에 반복해서 들어가면 경비가 추가된다.
하지만 문제발생 소지가 적지 않다. 예약가능 한 저렴한 가격의 티켓을 보여달라는 소비자의 구체적인 요구가 없을 경우 사이트 운영자는 언제건 그들이 원하는 가격의 유령 항공료를 제시할 수 있다.
고돈 엠프팅의 예를 살펴보자. 멤피스 출신 설비관리자인 그는 딸을 만나기 위해 온라인으로 올랜도에서 멤피스까지 가는 비행기 표를 물색했다.
제일 먼저 방문한 엑스피디아(Expedia)는 원하는 날짜에 출발하는 델타항공 항공권을 315달러에 제시했다. 상당히 좋은 가격이었지만 엠프팅은 확인차원에서 델타항공 웹사이트로 들어가 보았다. 거기에 떠 있는 정가는 500달러였다. 그러나 서둘러 엑스피디아 사이트로 돌아와 예약사이트로 들어가 보니 바로 조금 전까지 안내 창에 315달러로 포스팅 됐던 동일한 항공권의 가격이 385달러로 70달러나 오른 상태였다.
엠프팅은 “우물쭈물 망설이는 동안 가격이 더 오를 것 같아 급히 예약을 했다”고 밝혔다.
엑스피디아의 데이브 맥나미 대변인은 “요금변경은 우리 잘못이 아니며 그 어떤 속임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어떤 다른 여행사 사이트 혹은 항공사 공식 사이트에서도 항공료는 초단위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맥나미는 “엠프팅의 경우 항공사의 책정가격 변경, 특정 비행편 혹은 페어 클래스의 티켓 매진 등의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다.
고객들이 비싼 가격에 표를 사도록 유인하는 최신 수법은 구입가능한 표, 혹은 빈 좌석이 몇 개나 남았는지 공개하는 방법이다. 가려는 목적지의 표가 몇 장 남지 않았다니 여행자는 마음이 급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행사와 항공사의 캐싱으로 인해 남은 좌석 수 공개는 무의미하다. 실제로 남은 표가 몇 장인지 현장 감사를 실시하지 않으면 알 길이 없다.
전문가들은 유령항공료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먼저 사용자의 온라인 동선을 보여주는 쿠키를 지우라고 권한다. 트래블 웹사이트는 가격 문의를 해온 사용자의 쿠키를 추적, 다른 사이트를 둘러 표를 예약하기 위해 다시 찾아온 재방문자를 가려낸다. 쿠키를 지워버리면 유령항공료의 덤터기를 쓰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평판이 좋은 복수의 사이트를 검색하고 이들이 제시한 가격을 구글의 ITA 매트릭스에 나온 정보와 대조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사이트에서는 항공권을 예약하지 못하지만 모든 항공사 항공편의 요금을 일람할 수 있다.
물론 유령 요금을 제시하는 것으로 소문이 난 사이트는 멀리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평범한 진실도 소홀히 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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